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입니다
지난해 11월 초순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수강한 뒤 12월 1일부터 활동지원 업무를 시작하여 이제 막 달포가 지났습니다.
내가 활동지원하는 이용자는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태훈(가명)입니다. 태훈이는 자폐스펙트럼증후군으로 새해에 만 13세가 되는데 또래의 아이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혼자 있길 좋아하고 혼자 사색하길 좋아합니다. 가끔 혼자서 흥얼거리며 어깨춤을 추기도 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 외 다른사람과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소리를 지르거나 바닥에 뒹구는 난동을 부린다고 하는데 아직 활동지원 초보인 나에게 시연한 적이 없습니다.
태훈이도 또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 태훈이는 바로 유튜브에서 검색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뽀로로는 아이들의 대통령이 분명한가 봅니다. 태훈이도 뽀로로를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음료수도 뽀로로 밀크음료를 좋아합니다. 물론 코코팜도 좋아합니다.
음식은 좀 많이 가리는 편입니다. 고기 종류를 좋아하나 매워 보이면 먹질 않습니다. 닭강정과 소세지를 좋아하는데 천하장사보다 프랭크 소세지를 더 좋아합니다. 과일은 거의 좋아하지 않습니다. 편식은 심하지만 밥심이 좋아 아주 건강하고 튼튼하며, 키가 엄마보다 더 커졌습니다.
활동지원사 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 장애인의 현상과 현실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며 한편으로 참으로 행복하다는 위안을 얻곤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편부당한 일들이 개선되길 희망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된 장애인의 숫자는 약 260만명이지만 이중에서 선천적인 장애는 약 30%이며, 약 70%는 후천적 장애라고 합니다. 이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 및 처우개선이 남의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에서 태훈이와 같은 자폐스펙트럼증후군 및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앓는 아이의 부모들을 자주 만납니다. 자신만의 마음 속에 성을 쌓은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의 심정과 고충을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이해하고자 합니다. 얼마전 개그우먼 김미화씨의 대담에서 장애인 아들보다 3일 더 사는게 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말이 무슨 뜻이란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주위에서 만나는 장애인 부모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저 부모들의 소원도 김미화씨와 다르지 않겠기에~
태훈이가 지난 1월 11일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단체생활을 어려워하는 아들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시간이 넘는 졸업식 행사를 무사히 치러내는 것을 보고 태훈이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태훈이의 차분하고 어엿한 이런 모습을 처음본다며.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방학을 맞아 활동지원사인 저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태훈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색칠공부를 하기 위힌 스케치 작품. 태훈이는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태훈이 엄마는 좋다고 난리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기쁘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보람찹니다. 덧없는 인생에서 다른 이들의 기쁨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