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감상

색맹의 섬 - 올리버 색스

bluesky0321 2025. 1. 20. 11:50

색맹은 통상 3만분의 1비율로 발현된다고 하는데 태평양의 핀지랩이라는 한 섬에서는 전체인구 700명 중 57명이 전색맹이라고 한다. 12분의 1 비율이다.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이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흥미로운 책이 올리버 색스가 쓴 “색맹의 섬”이라는 책이다.
내용 중 일부이다.

“1775년 무렵에 핀지랩 일대를 덮쳤던 렝키에키 태풍은 섬 인구의 90퍼센트를 그 자리에서 죽였으며, 생존자 대디수도 기근에 시달리다 죽어갔다. 코코야자와 빵나무, 바나나를 포함하여 식물 서식군 전체가 파괴되어 섬 주민이 먹을 것이라곤 물고기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이 태풍이 몰아친 당시 핀지랩은 사람이 정착해 산 지 800년이나 되어 인구도 1천 명에 육박했다. 초기 정착민이 어디서 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세습왕인 난음와르키가 다스리는 복잡한 계급제도, 구전 문화와 신화 그리고 그 무렵 이미 폰페이 본토 주민' 들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분화된 언어가 있었다. 이 번창하던 사회의 인구는 태풍이 닥친지 몇 주 만에 난음와르키와 왕족 일부를 포함한 생존자 2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핀지랩 주민들은 번식 능력이 뛰어나 수십 년 만에 인구가 100명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 대대적인 번식-그리고 불가피한 근친교배-으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전에는 희귀했던 유전적 특징이 퍼지기 시작하여 그 태풍이 닥친지 4세대 만에 하나의 새로운' 질병이 나타난 것이다. 눈 질환을 갖고 태어난 첫 세대가 1820년에 나타났는데, 몇 세대 만에 그 수치가 인구 전체의 5 퍼센트 이상으로 급증했고, 오늘날까지도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색맹 돌연변이가 처음 나타난 곳은 몇 세기 전 캐롤라인 제도였다. 그러나 이것은 퇴행성 유전자이며, 인구 규모만 크다면 두 보유자가 결혼할 확률은 매우 낮아서 자녀들에게 그 질환이 나타날 확률도 매우 낮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태풍으로 뒤집혔고, 계보학자들의 연구는 모든 후대 보유자의 최초 조상이 바로 그때 살아남았던 난음와르키 본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아기가 태어날 때는 눈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두세 달이 지나면 실눈 을 뜨거나 자주 깜빡이고, 환한 빛을 보면 눈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돌린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떨어진 데 있는 작은 사물이나 사물의 자세한 형태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러다 네 살이 되면 빛깔을 분간하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들은 이 기이한 상태를 묘사하는 말로 마스쿤(안 보인다)이라는 어휘를 만들었다. 이 질환은 남녀 어린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나타나는데, 이 점을 제외하면 다른 면에서는 모두 정상이고 총명하며 활동적인 아이들이다.

그 태풍으로부터 20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 이 섬 인구의 3분의 1이 마스쿤 유전자 보유자이며, 전체 인구 약 700명 가운데 57명이 전색맹이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 색맹의 발생률은 3만 분의 1 미만인데, 이곳 핀지랩에서는 12 분의 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