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리산 천왕봉 첫 등정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눈 덮힌 산을 찾아 참 많이도 쏘다녔다.
한라산, 지리산, 태박산, 소백산 ...
눈꽃산행으로 이름난 곳은 거의 다녔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작년 12월 지리산을 온통 뒤덮은 눈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던 지리산 장터목휴게소와 천왕봉의 설경은
세월이 흘러도 뇌리에 또렷이 남아있다.
그때의 추억은 아래 블러그 기록 참조
http://blog.daum.net/rosesense/13756777
그때 이후 봄소식과 함께 꽃내음이 천지를 진동할 때
천왕봉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궁금해 졌다.
5월은 휴일마다 각종 경조사로 짬을 내기 어려운데 마침
자투리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이 어린이날이다.
갑작스레 맘이 동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수소문할 것도 없이
아침에 혼자 차를 몰고 나섰다.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까지 1시간 30분
느지막히 출발하여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늘은 비취빛으로 빛나고 연두빛 새싹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연두빛이 재빛으로 변한다.
1915m의 지리산의 봄은 이리도 더디 온다.
1700m 고지를 넘어서는 진달래가 이제 피었다.
산 중턱에는 진달래보다 산철쭉이 먼저 피었다.
동네어귀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은
천왕봉을 찾아도 잘왔냐, 잘가라는 인사 한마디 없는 산을
젊은 시절에는 무던히도 찾았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천왕봉 정상 이정표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는 단순하다.
칼바위를 지나 로타리 대피소를 통해 천왕봉으로 가든지
칼바위를 지나 장터목 대피소를 거쳐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은 로타라 대피소를 거쳐가는 코스를 택했다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푸른하늘을 이고 힘차게 출발한다.
야영장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나서
칼바위까지 1.3km를 올라간다.
초입에는 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낮은 해발에는 5월의 신록이 짙다.
칼바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성계가 칼로 내리쳐 두조각으로 갈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이 이정표에 따라 로타리 대피소로 향한다.
왼쪽 길로 가면 장터목 대피소를 통해 천왕봉으로 간다.
거리가 약 1.6km 정도 길다
내를 건너는 출렁다리도 건너고
숲이 깊을 땐 보지 못했던 장면이 나타났다.
마치 바위에 두꺼비가 앉은 형상이 있다
여러차례 다녔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바위를 뚫고 자라난 나무들의 기개을 보라
그 생명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우리나라 절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법계사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법계사 삼층석탑
법계사의 전경 너머로 어렵게 걸어온
탐방로가 이어져 있다
지리산의 봄은 더디다
이제 진달래가 이리도 활짝 폈다.
늦게 펴서 그런지 분홍빛이 유난히 짙다.
법계사에서 바라 본 중산리 전경
개선문
이제 정상까지는 800m
금방이라도 뛰어가고픈 거리이다.
개선문 바위
지리산의 상징
주목 고사목이다.
겨울철에 설경으로 반겨주더니 헐벗은 모습이
왠지 애처롭다
삶과 죽음
진달래의 새 생명과 고사목의 침묵
그 대비가 처연하다
하늘이 너무 푸르러 가슴이 시리다.
이 능선 만 넘으면 천왕봉이 코 앞이다
지리산에는 소나무가 별로 없다
그대신 구상나무가 많은 편이다.
그나마 삭막한 지리산의 봄을 구상나무가 지키고 있다
구상나무는 푸른 하늘과
먼 산의 실루엣과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천왕봉에 이르기 전 마지막 고사목이다.
한 그루 남았지만 외로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자리를 오래동안 지킨 탓이다.
중산리 정상 이정표
정상 표지석이다.
하산은 장터목 대피소 방향이다.
제석봉으로 향한 풍경이 또한 볼 만하다.
고사목과 살아있는 구상나무의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2014년 12월 같은 장소의 사진
설화가 핀 구상나무의 모습이 아름답다
얼마지나지 않으면 녹음으로 가득한
풍광을 맛 볼 수 있다.
그때의 모습은 지금과는 또 다르리라
날이 너무 좋아 구상나무가 연출하는
장면은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된다.
통천문
하늘로 통한다는 문이다.
무너진 바위가 만들어 낸 터널을
기어서 지나야 한다.
하늘로 오르려면 저 정도의 고생은 해야 할 듯
제석평원이다.
오래전 난 불로 구상나무가 모두 타서 고사목이 되었다
그러나 그 모습 마저 사랑스럽다
장터목 대피소
이곳에서 중산리 주차장까지는 5.3km 이다.
천왕봉에서 여기까지 1.7km이니 하산길은 7km인 셈이다.
오는 도중 만난 가장 큰 폭포
잦은 봄비로 수량이 풍부하다
피로를 씻고자 물에 발을 담궜다.
발 끝이 아리도록 아직 물이 차다
봄이라곤 하지만 지리산의 봄은 아직 멀었나 보다
그러나 낮은 해발로 내려올 수록 녹음이 짙어진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니
이것이 산을 찾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