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을 떠 올리면
도화지처럼 하얗게 펼쳐진 산들의 능선과
방금 내린 눈들이 가지에 얹혀 빗어내는 설화와
차가운 바람이 만들어 내는 상고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한 풍경들을 연출할 수 있는 조건은 까다롭다.
먼저, 눈이 많이 내리는 지형이어야 하며,
정상부근에는 나무들의 키가 작아야 한다.
그리고 바람이 한방향으로 세차게 불어야 한다.
눈꽃산행에 안성맞춤인 이런 조건을 갖춘 산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조건을 가장 잘 갖춘 적격지는 한라산이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곳이 태백산과 소백산이다.
물론 지리산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곳도 눈산행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남쪽 지역이다보니 눈이 빨리 사라진다.
지리적 특성상 남쪽지역의 산들은 계절마다 섭렵하지만
태백산 만은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이 겨울이 다 가기전 다녀와야 한다는 강박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마침 태백산 눈꽃축제도 성황이라하여 겸사겸사
모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
산행은 금천에서 시작하여 문수봉을 지나 천제단까지 올랐다.
천제단에서 망경사를 거쳐 눈꽃축제장이 있는
당골광장으로 내려왔다.
총 산행 거리는 14km 정도로 5시간 정도 걸렸다.
당골광장의 눈꽃축제장은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버스로
사람 반, 자동차 반이었다.
지역축제라고 해봐야 먹거리 장터가 다인데 그나마 지역의 특색은 없이
어디서나 먹고 마실 수 있는 것들이다.
따뜻한 날씨 탓에 눈조각은 1월 한겨울 중앙인데도 불구하고
녹아내리고 있다.
행사장 광장의 눈들도 사람 발길에 녹아 질척이고 있다.
이러다 보면 수 년 후에는 눈축제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금천에서 문수봉까지 4km
금천은 별도 탐방소는 보이지 않고 마을어귀에서 출발한다.
키 큰 낙엽수들이 도열해 있는
등산로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도 걷기에 불편함은 없다.
누군가는 산을 지키는 것들은
키 큰 나무가 아니라 얘들이라고....
조리를 만드는데 쓴다고 이름이 조릿대이다.
문수봉을 향해가다가 눈도 내리기 시작하고
힘이 들었는지 선두가 우회로를 잡았다.
덕분에 눈이 무릅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매야 했다.
문수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향하는 삼거리로 올라왔다.
천제단으로 올라가는 길
눈이 살포시 내려 오히려 겨울산행의 참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잎을 떨어낸 가지에 눈들이 앉기 시작한다.
이대로 밤이면 눈꽃이 새롭게 필 것이다.
태백산의 명물, 주목이다.
홀로 의연한 채 지나는 이들의 배경이 되어준다.
군락을 이루고 있진 않아도
주변을 둘러보니 그럴 듯한 주목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홀로 선 주목의 가지를 보면
의연하기도 하다.
봄이면 메마른 가지에 또 싹을 틔우겠지...
천제단 3개 중 가장 아래에 있는 하단이다.
천제단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제단이라고 한다.
태백산 정상석
사람들과 바람이 붐벼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았다.
당골광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비각이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용정이란 곳으로 쉼터가 있다.
라면과 먹거리를 팔지만 줄이 너무나 길어 포기
용정에서 1시간정도 내려오니
당골광장의 눈꽃 축제장이 나타났다.
산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골매표소에서 올라와
눈조각 작품을 즐긴다.
눈조각 작품 중 몇 점을 감상하자
학생들의 작품도 섞여있다.
태백산은 하늘에 제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어
언제나 마음 속에 있는 산이다.
그 때문인지 산행 내내 태백산의 정기가 느껴지는 듯한 기운을 느겼다.
이 기분이 2015년 한 해동안 죽 이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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