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소설가가 젊은 시절부터
안중근의 삶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평생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문헌을 찾고
역사현장을 둘러본 후 드디어 장편소설 하얼빈을 탈고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하얼빈 소설에 대한 김훈의 차분한 목소리로
소설완성까지의 과정을 들어보았다
안중근은 우리가 쉽게 함부로 입에 올릴 정도로
접근할 인물이 아니라 온몸으로 온 정성을 다해 그의 삶에 대한
경외감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설은
대한제국의 황태자 이은이 일본천황 메이지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일본은 조선을 병합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가 앞장서 선진문물을 조선을 포함한 동양에
전파한다는 명분으로 민족의 주권을 말살하고
마음대로 조선땅을 유린하고 있을 때 였다.
안중근은 1905년 12월 상해에서 돌아왔다
이때 안중근은 27세 였다.
상해에서 뜻있는자들과 규합하여 국권회복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으나, 돈 가진자들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결국 안중근은 빈 손으로 돌아왔다
아래 글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일본 재판정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과정을 그린
소설 속의 장면을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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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발해만은 부풀어 보였다.
바다의 비린내가 안개 속에 풀려서 감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빌렘이 마지막으로 다녀간 뒤 나흘 만에
안중근은 안응칠 역사』를 탈고했다.
안중근의 글은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 감옥으로 면회 온
빌렘에게 고해성사를 받는 대목에서 끝났다.
탈고하기 나흘 전까지의 일들을 적었다.
안중근은 글의 마지막에 3월 15일 여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은 쓰기를 마친다.
라고 덧붙였다.
탈고한지 열하루 뒤에 안중근은 집행되었다.
아침에 옥리들이 감방에 새 옷을 넣어주었다.
안중근은 집행절차가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명주 두루마기와 바지가 개어져 있었다.
두루마기는 흰색이고 바지는 검은색이었다.
안중근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 두루마기 아래로 검은 바지 자락이 드러났다.
명주 두루마기는 부드럽고 포근했다.
새 옷의 향기가 몸에 스몄다.
옥리 네 명이 안중근을 앞뒤로 감시해서 사형장으로 갔다.
사형장은 감옥 구내 북쪽 모퉁이에 있었다.
아침에 안개비가 내렸다.
사형장으로 가면서 안중근은 안개를 들이마셨다.
안개에 바다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안중근은 몸속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느꼈다.
사형장에는 미조치 검찰관, 구리하라 전옥이
통역과 서기를 데리고 미리 와 있었다.
안중근이 중앙에 앉고, 미조부치 일행은 연극의 관객처럼
빙 둘러앉았다.
구리하라 전옥이 집행을 선언하고 나서 안중근에게 말했다.
- 할말이 더 있는가?
안중근이 대답했다.
- 없다.
다만 동양평화 만세를 세 번 부르게 해다오.
구리하라가 말했다.
- 허락하지 않는다.
옥리들이 안중근의 머리에 흰 종이를 씌웠다.
안중근은 종이가 버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옥리가 안중근의 겨드랑을 팔에 끼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옥리가 안중근의 목에 밧줄을 걸고,
교수대 바닥을 밟았다.
바닥이 꺼졌고,
안중근의 몸이 허공에 매달려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십일 분 후에 검시의檢屍가 절명을 확인했다.
안정근, 안공근이 감옥 문 앞에 와서 시신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구리하라가 옥리를 보내서
- 불가하다.라고 통보했다.
안정근, 안공근은 땅을 치며 울었다.
옥리들이 안중근의 몸을 마차에 싣고 가서
감옥 공동묘지에 묻었다.
하관 때 가는 비가 내렸고, 문상객은 없었다.
관동도독부는 집행 날짜를 25일로 정해놓고 있었으나
서울의 통감부가25일은 한국 황제의 생일이므로
날짜를 바꾸어야 한다고 여순감옥에 전보로 알렸다.
집행은 하루 연기되었다.
안중근은 3월26일에 죽었다.
대련의 봄은 바다쪽에서 왔다.
봄의 발해만은 부풀어 보였다.
바다의 비린내가 안개 속에 풀려서 감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빌렘이 마지막으로 다녀간 뒤 나흘 만에
안중근은 안응칠 역사』를 탈고했다.
안중근의 글은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 감옥으로 면회 온
빌렘에게 고해성사를 받는 대목에서 끝났다.
탈고하기 나흘 전까지의 일들을 적었다.
안중근은 글의 마지막에 3월 15일 여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은 쓰기를 마친다.
라고 덧붙였다.
탈고한지 열하루 뒤에 안중근은 집행되었다.
아침에 옥리들이 감방에 새 옷을 넣어주었다.
안중근은 집행절차가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명주 두루마기와 바지가 개어져 있었다.
두루마기는 흰색이고 바지는 검은색이었다.
안중근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 두루마기 아래로 검은 바지 자락이 드러났다.
명주 두루마기는 부드럽고 포근했다.
새 옷의 향기가 몸에 스몄다.
옥리 네 명이 안중근을 앞뒤로 감시해서 사형장으로 갔다.
사형장은 감옥 구내 북쪽 모퉁이에 있었다.
아침에 안개비가 내렸다.
사형장으로 가면서 안중근은 안개를 들이마셨다.
안개에 바다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안중근은 몸속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느꼈다.
사형장에는 미조치 검찰관, 구리하라 전옥이
통역과 서기를 데리고 미리 와 있었다.
안중근이 중앙에 앉고, 미조부치 일행은 연극의 관객처럼
빙 둘러앉았다.
구리하라 전옥이 집행을 선언하고 나서 안중근에게 말했다.
- 할말이 더 있는가?
안중근이 대답했다.
- 없다.
다만 동양평화 만세를 세 번 부르게 해다오.
구리하라가 말했다.
- 허락하지 않는다.
옥리들이 안중근의 머리에 흰 종이를 씌웠다.
안중근은 종이가 버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옥리가 안중근의 겨드랑을 팔에 끼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옥리가 안중근의 목에 밧줄을 걸고,
교수대 바닥을 밟았다.
바닥이 꺼졌고,
안중근의 몸이 허공에 매달려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십일 분 후에 검시의檢屍가 절명을 확인했다.
안정근, 안공근이 감옥 문 앞에 와서 시신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구리하라가옥리를 보내서
- 불가하다.라고 통보했다.
안정근, 안공근은 땅을 치며 울었다.
옥리들이 안중근의 몸을 마차에 싣고 가서
감옥 공동묘지에 묻었다.
하관 때 가는 비가 내렸고, 문상객은 없었다.
관동도독부는 집행 날짜를 25일로 정해놓고 있었으나
서울의 통감부가25일은 한국 황제의 생일이므로
날짜를 바꾸어야 한다고 여순감옥에 전보로 알렸다.
집행은 하루 연기되었다.
안중근은 3월26일에 죽었다.
안중근과 우덕순의 만남은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이
말없이 국권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두 청년의 만남은 담담하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저격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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