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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도서 감상

허송세월 - 김훈

by bluesky0321 2025. 1. 18.

김훈 신작은 나오는 즉시 모두 봤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나온 허송세월이란 산문집을 처음 간 미용실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미용실 사장과 짧은 스몰토킹을 하다보니 독서 취향이 서로 비슷한 걸 알게 되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김훈 신작에 대해 얘기하는 도중 알게되어 바로 빌려 주었다.
단숨에 읽어 내린 허송세월은 이제 김훈이 나이가 들어 필력에 힘을 많이 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김훈은 김훈이다. 내용 중에 한 페이지를 필사한다.
“새벽 6시에 호수공원 물가에 나갔더니, 갈대숲에서 잠자던 새들이 잠에서 깨어나 날개로 물을 치며 날아올랐다. 그것들은 자면서도 온갖 소리를 다 듣는지,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도 놀라서 날아오른다. 한 마리가 날면 수십 마리가 동시에 날아오른다.
그것들의 비상연락망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새벽의 갈대숲에서 새들이 부스력거리고 퍼덕거린다. 새 날개 치는 소리 나는 동네는 복 받은 동네다. 새 날개 치는 소리는 수억만 년의 시공을 건너와서 미래의 시간을 향해 퍼덕거린다.
새 날개 치는 소리는 새로운 새벽의 시간을 손짓해서 부른다.
소리는 살아서 퍼덕거린다. 모든 시간이 새로우므로 삶의 쇄신은 가능하다.
새들은 내 15층 작업실 밖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서 사는 나는 새들과 더불어 겨울을 난다.”
김훈이 이제 칠십이라니 이 땅에 있는동안 계속 필력을 발휘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