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2017년 12월 30일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등정한 이후
1년 반만에 다시 천왕봉을 찾았다.
매년 한차례 이상은 천왕봉을 방문하려고 맘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으나,
작년엔 체력, 일정 등 여러 핑계로 그러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일년에 한번 이상은 방문하리라 다짐해 본다.
지리산의 풍경은 시시각각으로 달리 보이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탐방을 해도 좋다.
이번 산행은 봄철 기상이변인지 아직 5월이 채 마무리 되지도 않았는데
기온이 32에서 35도까지 폭염으로 치솟고
또 산행 전날(5/27일)은 봄비로는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산행 당일은 전날 폭우가 온 나라의 미세먼지는 물론
지리산을 침해하는 나쁜 기운을 모두 몰아 낸 덕분인지
산행 중 만나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지리산 정상의 철쭉은 이제 꽃봉우리를 맺거나 막 터뜨리고 있었다.
중턱에서부터는 활짝 핀 꽃잎들이 분분이 낙화하지만
정상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봉우리는 단단해 진다.
계절을 다소 늦게 맞이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산행은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한다.
당초 주차장에서 법계사를 거쳐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려 했으나
마침 주차장에서 경남 환경교육원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3km 정도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로타리 대피소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등산의 묘미를 생각하면 칼바위, 망바위쪽으로 걸어올라가는 것이 좋다.
단지, 버스를 타면 바로 올라가는 것보다 약 700m정도
등반코스가 짧아지긴 하나 버스의 대기시간이나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선 한번도 가보지 않은 코스라 버스를 이용한
코스를 택했다.
이후 천왕봉에서 장터목 대피소를 거쳐 제석봉과 칼바위를 거쳐
중산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잡았다.
총 등반코스 길이는 약 12km 정도 된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올라가니 본격 탐방을 알리는
생태 탐방로 이정표가 나온다.
낯선 길이지만 왠지 낯익은 출렁다리
지리산의 출렁다리는 소박하다.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의견들이 있다는데
자본을 독식한 자들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사람들 사이에
누가 이기게 될지가 의문이다.
결코 자본의 논리대로 되어서는 안될 것이기에~
버스에서 내려 로타리 대피소까지는 2.8km이다.
로타리 대피소이다.
이 대피소 바로 위에 지리산 법계사가 위치하고 있다.
산행 때는 보통 사찰 내에는 들어가지 않는데
시간을 내 한번 들어가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법계가를 지나 한참을 올라가다 잠시 쉬려고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어디선가 다람쥐가 쪼르르 나타났다.
손을 내미니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아마 등산객들로부터 먹거리를 많이 받아 먹은 탓인가보다.
견과류가 없어 초코파이를 조금 떼어 손 위에
얹어두니 낼름 가져다 먹는다.
인간 손을 너무 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산행 중 가장 많이 만나는 꽃이다.
중턱에는 철쭉이 활짝 피어났다.
쩔쭉꽃으로 유명한 황매산의 그것과는 색감이 다르다.
거의 팔부능선에 올라섰다.
시계가 좋은 탓에 끝없이 펼쳐진 지리산 자락의 산봉우리와
그 끝과 맞닿은 하늘이 평화, 그 이상의 풍경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이 지리산의 대표 수종인
주목이 자꾸 죽어간다는 것이다.
주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1,500m이상 고산지대에 만
서식하는 수종인데 매년 기온이 높아지면서
주목의 자연사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지리산에서는 어린 주목의 묘목을 많이 심어 복원에 힘쓰고 있다.
정상을 약 500m 정도 남겨놓은 지점부터 나타나는
이런 주목을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늠름하고 싱싱한 푸르름을 간직한 이런 주목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천왕봉을 오르는 길 중 대표적으로 인상적이 코스이다.
이곳만 올라서면 천왕봉 정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정상이 보인다.
잘 다듬어진 등반코스 양쪽으로 철쭉꽃이 도열해
산행객을 맞는다.
풍경에 취하고 꽃향기에 취한 채 정상을 향한다.
주변엔 고사목으로도 한 풍경을 장식하는 주목
이런 풍경은 거저 스마트폰의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된다.
물론 고사목보다는 푸르름을 간직한
주목의 풍경이 더 볼만한 것은 당연지사.
이제 정상을 300m 앞두고 있는 천왕샘이다.
지리산 천왕봉 산행에서 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 코스는 작은 돌들이 많은 코스로
매우 오르기 힘들었는데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등반하기 훨씬 쉬워졌다.
계단 중간에 넓은 공간으로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제 보이는 계단만 오르면 바로 정상이다.
계단에서 쉬면서 주변의 풍경을 감상한다.
멀리까지 보이는 시계와
산세의 아름다움은 산행에서 얻을 수 있는 행운이다.
정상이다.
지리산 천왕봉 1,915m
민족의 정기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문구가 뒷쪽에 써있다.
이제 장터목 대피소 내려가는 길이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정상을 바라 본 모습
지리산행에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코스이다.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구간
정상부근엔 철쭉꽃이 이제 봉우리를 맺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는 겹겹이 겹쳐서
지리산의 속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코스에는 유난히 고사목이 많다.
이런 풍경을 보면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설화가 생각난다.
그래서 2014년 12월 찍은 사진을 찾았다.
신기하게 카메라 앵글이 같아서 여름과 겨울의 풍경이
잘 대비된다.
고사목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이것은 주목의 꽃이다.
끝부분에 빨간색이 주목의 암꽃이다.
소나무도 숫꽃과 암꽃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듯~
맑은 하늘의 흰구름과
경사면에 잘 자란 주목 군락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이다.
제석봉 주변은 1950년대 도벌꾼들이 불을 질러
모든 나무들이 불에 타고 이제 고사목 만 남았는데
최근 어린 묘목을 많이 심어 복원에 힘쓰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아주 어렸던
주목들이 이제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제석봉 주변의 대표적인 산행코스
이 코스도 어린 주목들이 제법 자랄 10년 후에는
새로운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고사목, 하늘, 구름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의 삶과 죽음
고사목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5년 전 2014년에 찍은 설경과 비교해보니
카메라 앵글까지 너무나 흡사하다.
이후 지리산에 이렇게 많은 눈이 쌓인 걸 본 적이 없는데
올 겨울산행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정터목 대피소 이정표이다.
지금부터 5.3km를 걸어내려가야 한다.
지리산행에서 가장 난코스이다.
그래도 하산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하다보면 그 지루함도 사라진다.
덤으로 피로에 지친 발을 찬 물에 담글 수도 있다. 유암폭포라 불리는 지리산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출발지를 순두류에서 하는 바람에 지나지 못했던
통천길 이정표를 지나면서 장장 12km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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