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김정호가 백두산을 일곱번 걸어서 올라가고
한라산을 수십번 오르고
우리국토를 걸어 다녀서 대동여지도를 그렸다고 배웠다.
새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현재와 거의 유사한 지도를 완성하였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의문은 좀 풀리게 되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새겨
종이에 인쇄를 할 수 있게 한 것이 무엇보다 큰 업적이라 한다.
그때까지의 지도는 관청에서 필요에 의해 필사하여
즉, 베껴 사용하였으므로 그 정확도나 지도의 보급에 제약이 많았다.
대동여지도는 인쇄하여 보급할 수 있기 때문에
서민들도 지도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김정호는 나라에서 제공한 잘못된 지도로 인해 부친을 잃은 통한을
제대로 된 지도 제작에 혼신의 힘을 쏱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 소설은 곧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다.
책 제목 고산자는 김정호의 호이다.
중인의 신분으로 지도제작에 나서다 보니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국경에서는 첩자로 몰려 고초를 겪고
국내에선 관청의 오해를 받고
돈을 보고 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무엇때문에 이런 지도가 필요하냐는 권력층이 오해를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편찬한 후
일반 민중은 대동여지도가 너무 커서 사용하기 어려움을 알고
사용이 간편한 대동여지전도란 것을 다시 편찬한다.
이것은 대동여지도의 포켓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대동여지전도의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선명(鮮明)하다’는 것은
‘해 뜨는 동쪽(日)에서 달 지는 서쪽(月)까지
넓은 지역을 밝혀주어(明)
사람을 새롭게 한다(鮮)’는 뜻으로 볼 수 있고,
‘땅이 동쪽에 있어 해를 가장 먼저 밝힌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조선(朝鮮)이라 한다
소설 고산자는 박범신의 필력을
잘 알 수 있는 소설이다.
은교, 촐라체 등을 통해 박범신의 소설을 접한 나는
그의 간결하면서도 우리가 즐겨 사용하지 않은
우리 옛말을 자주 언급한 것에 대해 고마워 한다.
국어의 아름다운 말들이 자꾸 사라지고 잊혀지는 세태에
소설을 통해서라도 접할 수 있어 반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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