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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도서 감상

김훈 장편소설 - 공터에서

by bluesky0321 2017. 6. 22.


김훈은 말한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죄 없이 쫓겨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베트남 전에서 무공훈장을 받은 마장세는

동생 마차세와 한 뱃속에서 나와 얼굴은 닮았지만 성격은 딴판이다.

아버지의 찌던 모습이 싫어 고향땅을 떠나

한국땅까지 떠나 멀리 괌까지 날아가 둥지를 틀었다.


마차세는 고등학교에서 지독히도 가난해

동료의 도시락을 훔쳐먹다 선생님에게 따귀를 맞고 뒷산으로

뛰쳐간 오장춘을 군대에 다시 만났다.

오장춘은 군용트럭의 기름을 배급했는데 그 기름을 빼돌려 용돈으로 썼다.


마차세가 아버지 장사지내러 휴가를 나갈때

오장춘이 2만원을 호주머니에 찔러주었다

그런 오장춘을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고 산업전선에서 

맴돌다 마장세의 사업 파트너가 되어 있는 오장춘을 다시 만났다.


마차세와 마장세와 오장춘

그리고 마차세의 아내 박상희, 박상희가 낳은 딸 누니

누니는 눈이 하얗게 내린 날 낳았다고 해서 마차세가 지은 딸 이름이다.


마장세는 한국에 오지도 않고 이국여자 린다와 결혼했다.

린다는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낳다고 했다.

나중에 마장세 운전기사인 시누크와 린다는 눈이 맞아 도망갔다.

시누크는 베트남 엄마와 일본군인 사이에서 났다.


책을 놓으면 마음이 무겁다.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늘 영웅적이지 못한 일반 군상들의 삶은 피곤하다.

그래서 김훈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


마차세가 아내 박상희를 안을 때면

그저 박상희가 마차세의 입에 더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마차세의 몸이 박상희의 몸을 밀고 들어왔다 정도로

절제된 표현이 좋다.


이런 김훈이 여자에 대해서 쓴 글을 보면

그 감수성, 여자에 대한 감성을 저 두터운 손가락으로 

연필을 눌러가며 쓴 글인가 싶을 정도이다.

저 굳은 손끝에서 필력이 밀려온다.


이제 기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작가후기를 볼 때

문득 봉하마을이 생각이 났다.

그기에 살던 분도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래서 맘이 무겁다.


김훈의 글은 무겁게 가슴을 짓누른다.

남한산성을 읽을 때

도망간 임금을 원망하는 백성들의 눈물이 서러웠고

칼의 노래를 읽을 땐

전장에서 베어진 적들의 머리가 물위에 둥둥 떠있는 표현을 보고

전장의 참상이 가슴에 새겨졌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산문이다.

김훈이 전국을 자전거로 누비며, 산천을 경애하는 노래다.


김훈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