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영화라 할 수 있는 “바빌론”
1920년 무성영화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발전사와 영화제작에 얽힌 뒷이야기가 꾸밈없이 펼쳐진다.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바뀌면서 구시대의 히어로는 사라지고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지만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동일하게 나타는 현상이다.
인생에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실패한 부분을 제거한 것이 바로 영화다라고 어느 평론가가 얘기했듯이 우리가 보는 영화는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전 과정을 모두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바빌론이다.
영화의 시작은 강렬하다.
파티에 메인이벤트로 활용할 코끼리를 이동하는 장면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벌어지는 난교파티는 일찌기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우리가 고상하게 여가시간을 즐기는 영화라는 장르의 뒷모습이 이런 풍경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녀들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갈 수 없을 것이다.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잭 콘래드는 당대 최고의 헐리우드 스타였으나 영화의 패러다임 변화와 신인들의 출연에 퇴물로 전락하여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잭 콘래드는 퇴물로 변해가는 자신에 대한 기사를 쓴 늙은 기자에게 시대가 변하고 당신이 화려한 무대에서 물러나더라도 서운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모두 죽고 사라지지만 당신의 모습은 영상으로 계속 남아 당신이 죽고난 후에 태어난 사람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을 것이므로 아쉬워말고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마고로비가 연기한 넬리 라로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끼를 가져 배우가 되길 희망하는데 마침내 어느 파티에서 영화제작자의 눈에 띄어 그 재능을 발휘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러나 마야과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마치 마릴린 먼로를 보는 듯하다.
3시간 10분이라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날 땐 마치 뭔가 아쉬운 듯한 여운으로 좀 더 영화속으로 빠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영화마니아라면 반드시 볼 영화이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영화들의 장면들과 그 영화의 배우들이 고루 출연해 펼치는 연기는 영화를 어느정도 아는 사람은 흥미가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좋은 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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