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할매라는 독립영화가 핫하다.
지방에선 대형 멀티 상영관에서는 밀렸지만
창원에서는 "시네아트 리좀"이라는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길래 서둘러 관람했다.
지역에는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으로 예술영화 또는
독립영화라 불리는 수준높은 이런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부모세대가 다 그랬듯이
일제시대,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을 거치면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그저 자식키우며 먹고 살아가기
바쁜 삶을 살았다.
그나마 사내자식들은 학교문턱을 넘었지만
여자들은 학교는 커녕 가사노동에 시달리게 마련이었다.
그런 와중에 얼굴도 보지 못한 신랑을 따라
평생 이어진 시집살이!
못배운 설움은 자식들을 키우면서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영화 내용 중 아들이 학교숙제를 해야한다며
엄마에게 물는데 글을 몰라 차마 답을 못했다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빠오시면 물어보라고 하는데 자식은 엄마의 속도 모르고
숙제를 못한다며 울고 난리다.
글을 몰라 가르쳐주지 못하는 어미의 그 속은 어땠을까!
가슴이 아려온다.
그런 할머니들이 "길작은 도서관"의 김선자 관장을 통해
한글을 깨우치게 된다.
도서관 일을 도와주던 할머니들이 책을 거꾸로 꽂으시는 것을 보고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김선자 원장
할머니들을 세상밖으로 이끌어 주시고
할매들을 시인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할매들의 서툰 글자를 마음으로 읽어 칭찬으로 이끌어
할매들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전남 곡성의 어느 작은마을의 사계절을
품격높은 영상미로 보여주며
홀로 남은 할머니들의 일상에서 우리네 부모를 만날 수 있다.
자식을 먼저 가슴에 묻은 윤금순할머니를 보니
10년 넘게 병원에서 투병 중인 자식을 보며 눈물짓는 장모님이
부모님을 그리며 해당화라는 시를 쓴 양양금할머니는
빨리 너무나 빨리 가신 엄마를 생각이 나게 한다.
할매시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눈시울이 젖기도 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감탄도 하면서
아름다운 추억과 먼저 살아오신 부모세대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슴 따듯한 영화를 만든 이종은 감독께 감사드린다.
전남 곡성의 서봉마을
이 아름다운 마을의 사계와 이곳에 사시는
할매시인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시인할매 출연진
여기에 빠진 출연자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길작은 도서관의 김선자 관장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길작은 도서관의 풍경은 이 도서관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활동에 열중하시는
할매시인분들
소풍을 나가는가 했더니
오늘은 야외수업이다.
섬진강을 주제로 시를 쓴다
삶 자체가 힘든 일이다
힘이 들지 않는 일이 어디 있을까?
세월을 이겨낸 할매시인의 해탈이다.
할매시인의 손으로 직접 그린 시화작품
전남 곡성 서봉마을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윤금순 할매시인은
먼저 보낸 자식과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 시를 썼다.
삶의 아픔이 고스란이 묻어난다
몸뚱이가 모르겠다고 하네
가슴이 찌릿해진다.
양양금 할매시인의 해당화
할매시인 중에 가장 젊은 편이다.
먼저 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자식의 애정이 묻어난다
이종은 감독
시인할매의 성공과 더 많은 작품들로
관객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기 바란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영화
즐거운 감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