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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영화 감상

아고라 (Agora, 2009)

by bluesky0321 2020. 8. 4.

로마제국이 최후를 맞이하는 격변의 시기,

신의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망으로 가득찬 이들은

거대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한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해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세기의 여인,

천재 천문학자 히파티아(레이첼 웨이즈)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 오직 진리만을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운다.

 

한편, 스승 히파티아를 향한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레스테스(오스카 아이삭)는 결국 권력을 선택하고,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을 전쟁으로 몰아넣는 주교 시릴은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히파티아를 처단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계략한다.

 

노예의 신분으로 히파티아를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운명 앞에 신을 택했던 다보스(맥스 밍겔라)는

죽음의 위기에 놓인 히파티아를 위해 마지막 순간

가장 비극적인 사랑의 방식을 선택한다.

 

 

서기 414년 11월의 어느날 밤

이집트에서 가장 뛰어난 역사적 민물 중 한 사람이 무참히 살해 되었다.

바로 천재 수학자 테온의 딸이며

전설적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교수이자 천문학자,

수학자였던 히파티아이다.

 

그녀는 고대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여성으로서

당대의 어떤 남성학 자 못지 않게 지적 능력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또한 신 풀라톤주의의 중심학자로서

당대를 주름잡은 쟁쟁한 철학자들을 제자로 배출했으며,

현재 전해지는 저서는 없지만 천문학과 수학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게다가 그녀는 미의 여신 마프로디테에 버금가는 뛰어난 미모를 지녔으나

죽을때 까지 독신으로 지적 탐구에 전념했기에,

정계의 권력자들을 비롯해서 각계에 추종자들이 많았다.

히파티마는 일찍이 마름다움과 지혜를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수학의 전설로 남았다.

 

히타피아가 살았던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는

로마 제국이 동서로 나뉘어 볼락의 길로 접어들고

기독교의 세력이 점차 세속권력을 누르며 솟아오르던 때였다.

 

통상 그때부터 르네상스시대까지의

1,000년을 종교권력이 지배한 중세로 부르는데,

바로 히타피마가 살던 시대가 고대와 중세의 전환기였던 것이다.

 

당시 로마 제국의 속지에는 정치권력인 총독과

종교권력인 총대주교가 함께 파견되었고,

이를 사이에 세력 다툼과 첨에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알렉산드리아는 특히 사정이 나빴다.

기원전 4세기 중엽의 헬레니즘 시대

미래 알렉산드리아는 학문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어왔기 때문에

사상적 자유와 종교적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었던 곳이었다.

 

이집트의 토속신앙은 물론이고 유대교도 허용되고 있었다.

이는 이질적인 문명들이 공존하는 현실 여건상 시민들의 통합을 위한

정치적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척결해야할 이교적인 요소가 그만큼 많았다.

그래서 4세기 말 알렉산드리아의 총대주교 테오필루스의 주도로

로마 전역에서 미교가 불법화되면서 곧바로 알렉산드리아는

종교 전쟁터로 변했다.

 

히타피마가 명시적으로 기독교의 교리에 반대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는 대중들에게 지적 탐구와 배움을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신의 영역으로 돌려지는 미지의 세계를 밝혀갈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러한 그녀의 주장은 신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고,

총대주교와 대립하던 총독과 친분이 두텁고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었던 까닭에

기독 교 세력에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 들여졌다.

결국 그녀는 서기 414년의 어느 날 광신도들에게 납치되어

교회로 끌려가서 온몸이 조개껍질로 갈기갈기 찢기는

야만적인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