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지리산과 인연이 깊다.
천왕봉을 두어차례 다녀온 후 백무동,
칠선계곡에 이어 만복대코스까지 탐방을 하니 말이다.
좋아하는 산행지가 있으면
산악회의 성격과는 관계없이 따라 나서고 한
산악회가 너댓은 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한 산악회는 처음 온 사람도 따뜻하게 맞아
전혀 어색함이 들지 않게 해주는 푸근한 이미지의
총무님 덕분에 자주 함께 하는 산악회이다.
만복대란 지명도 처음 들어보지만
나를 찾아주는 산악회에 맘이 끌려 지리산 만복대 코스 탐방에 나섰다.
만가지 복을 준다고 해서 지었졌다는 설
단지 많은 복을 의미한다는 설
의견은 분분하지만 만복대의 경치는 만복능선을 따라
성삼재 방향으로 내려갈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은 산꾼이 찾지는 않는 듯 샛길처럼 난 등산로가 매우 비좁다.
그러다보니 잡목들들이 등산로 로 뻗어 나와
혼자 걷기에도 버거운 곳이 더러 있다.
짧은 셔츠를 입은 산행객은 잡풀들이 팔을 괴롭힌다.
약 12km에 달하는 코스를 6시간 정도로 탐방한 것 같다.
상위마을 근처로 내려오니 계곡물이 시원하다.
피로에 지친 발을 씻어주고 마을로 들어서니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만복대 정상 이정표 (1438m)
산행 시작은 전라도 남원땅
고기리에서 시작한다
고기리에서 시작한 산행은
고리봉까지 2.7km 는 상급코스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르는 등산로는
전날 내린 비로 포삭포삭 부드럽지만
가파른 경사로는 어쩔 수 없이 몸으로 견뎌야 한다.
그러나 유난히 소나무와 잣나무 등
키는 상록수들이 많아 산림욕에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올해 몇차례 지리산을 등반하다 느낀 것이
조릿대가 유난히 많이 말라 죽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 어느 지역에선가 조릿대 꽃이 핀 걸 본 적이 있는데
대나무에 꽃이 피면 죽는다는 속설이
것은 아닌가 보다.
죽은 조릿대 대신
소담스럽게 핀 들꽃이 산행객을 맞는 것도
여름산행의 묘미 중 하나이다.
2시간에 걸친 등정 끝에 고리봉에 섰다.
이제 우측으로 정령치 고개를 향해 내려가는 코스이다.
멀리 정령치 능선의 찻길이 보인다.
자동차로 두어번 가 본 적이 있는 정령치지만
걸어서 가 보기는 처음이다.
내려가는 길에도 수시로
운무가 피었다 개었다 한다.
1172m 능선에 세워진 정령치 휴게소이다.
신라시대에는 이곳에서 화랑들의 무술연마를 한 곳이라 한다.
운무에 가려 저 멀리 산봉우리가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이정표를 따라 찾아본다
언젠가 오른 적이 있는 토끼봉도 찾아보고
반야봉도 찾아본다
정령치에서 만복대로 오르기 위해서는
휴게소로 진입하는 도로을 가로질러
나무테크를 올라야 한다.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는 또 오르막 2km 코스이다.
아마 한시간이상 걸린 듯 하다
그러나 만복대로 올라가는 중간에
수시로 피어나는 운무의 향연에 피로를 잊는다.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지리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만복대로 가는 중간의 소나무
1200m 이상의 고지라 소나무잎이 짧게
소담스럽게 피었다
그 소나무 가지 끝에 지리산 늦여름의
정취를 즐기는 고추잠자리
그 아래 이름을 알 수 없는 들꽃이
또한 지리산 정취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만복대로 오르는 마지막 능선
탐방길은 바닥이 잘 정비되어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다
만복대 정상 이정표
1438m 준봉이다.
이제 성삼재 방향으로 길을 잡아
묘봉치까지 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상위마을까지 내리막 코스이다.
내가 올라온 정령치 방면의 풍경을 되돌아 본다.
앞길도 멋지지만 걸어 온길을 되돌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마치 살아온 족적을 보는 듯 하다
묘봉치로 내려가는 길은 억새의 향연이 반긴다.
그렇다고 창녕의 그것처럼 수다스럽게 마구 반기는 것은 아니다.
약간 아쉬운 듯 약간은 수줍은 듯
그렇게 없는 것은 아니되 그렇다고 군락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저 수수하고 소박하게 피어있다.
만복대에서 2.2km를 내려오니
산행의 종점인 상위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약 3km
한시간 반은 걸린 듯하다.
상위마을 근처로 오니 계곡이 넓어지며 수량이 많아진다.
여름산행의 묘미는 산행 후 얼음처럼 찬 물에 발을 씻는 것이다.
잠시 발을 담가 피로를 푼 후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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