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창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항상 청도 밀양을 거치는 국도를 이용한다.
중천에서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을 뒤에서 받을 뿐더러
고속도로 못지않은 국도의 도로상태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청도를 지나 밀양으로 가는 도중
"적천사"라는 이정표를 보면서 지나다닌지 몇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매번 시간에 쫓긴다는 핑계로 들러볼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은 마치 천관녀를 만나러 가는 김유신의 말처럼
핸들이 적천사 쪽으로 향했다.
국도에서 약 3km 정도 산속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한 적천사는
그리 번성한 사찰 같지는 않았으나, 천왕문 앞을 버티고 있는 은행나무에
먼저 압도 당하고 말았다.
안내문에 수령 800년이라는 글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듯
아주 고귀한 은행나무임을 알겠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가 약 1,100년 정도 된 것이라 하니
이 적천사의 은행나무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령에 속할 것 같다.
적천사 은행나무는 암수 두 그루가 마주보고 있어 더욱 정깊어 보인다.
적천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효대사가 토굴 건립한 것을
흥덕왕 3째 아들인 심지대사가 중건하였으며,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가
대가람으로 증축했다고 한다.
그러니 원효대사가 건립한 것으로 치면 역사는 약 1,400여년에 이른다.
절은 깔끔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아
주변의 잡초들이 우거져 있지만 오히려 이런 풍경들이 더욱
예스런 멋을 더하고 있다.
특히 대웅전 앞의 탱화를 거는 지주는 여느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생경하지만 정겹다.
천왕문 앞에 서 있는 두그루의 은행나무
둘레가 11m에 달하는 수령 800년 정도이다.
전설에 따르면 보조국사 지눌이 이 절을 중건하고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고 한다.
가까이서 보면 신령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이다.
저 쪽에 서있는 나무가 숫나무인 듯하다
은행나무는 전세계에 한 종류의 나무밖에 없다고 한다.
태고적부터 은행나무는 진화하지 않고
지금도 태고적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화석인 셈이다.
이런 나무들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은행나무에서 본 사천왕문
사천왕문이다.
이속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나무로 만든 사천왕상이 있다.
사천왕문 입구
사천왕상이다.
조선시대 숙종 때 약 1680년 경에 만든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왼편에 있는 것이 광목천왕, 다문천왕이며,
우측에 있는 청왕상이
증장천왕과 지국천왕이다.
천왕문을 나서면 법회등의 장소로 사용되는
누각을 지난다.
누각아래로 낮게 난 계단을 올라가면 대웅전이 보이는데
이 누각을 낮게 한 이유는 대웅전으로 올라갈 때는
항상 몸을 낮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초파일을 대비한 연등이 걸려있고
아직 새싹조차 나지 않은 백일홍의 가지가 볕을 받아 반짝인다.
백일홍이 붉게 물들 무렵 찾아도 좋을 듯 하다.
대웅전 풍경
그런데 여느 사찰과 다른 점이 있다.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닐진대 왠 기둥이 두개나 서 있다.
이것은 절의 행사 시 탱화를 거는 기둥이다.
대웅전 쪽에서 바라 본 기둥
1700여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범종각
범종과 법고와 목어가 있으며
쇠판으로 만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범종에는 화악산 적천사 범종이라는
양각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아마 현대에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찰 뒷편 등굽은 소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참 좋은 길이 있다.
때 마침 핀 연산홍이 한껏 분위기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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