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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도서 감상

그리스인 조르바 (김욱동 번역)

by bluesky0321 2021. 2. 8.

알릴레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 100만을 넘겨 대표적인 진보진영의 큰 스피커인만큼

보수주의자들의 공격거리가 되기도 한다.

작년 채널A 이동재기자와 한동훈 검사의 쓰레기같은 협잡모의가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날 만큼 유시민은 야당은 물론

현재 검찰의 타도대상 영순위이기도 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유시민은 정치평론을 하지않기로 선언하고

알릴레오에서는 시민들의 문화, 예술적인 인문학 소양을 

고양할 목적으로 좋은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대담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월 8일 알릴레오 북'S 라는 프로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광고인 박웅현과 토론하는 프로가 있었다.

 

최근 알릴레오가 정치비평을 하지않고 

책대담만 하는 프로는 크게 흥미가 없어 제대로 시청하지 않았는데

이번 편에서는 광고인 박웅현이 게스트로 초대되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게 되었다.

 

박웅현 광고인은 많은 저서를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며

그가 펴낸 책들이 아주 감흥이 있어 인상에 크게 남은 작가라

알릴레오에서의 토론도 재미있게 들었다.

어쩌면 박웅현 자신이 조르바와 같은 사상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누구나 책이름은 들어봤을 것이고

그러나 책을 들었다가 나처럼 끝까지 읽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대담을 듣고 또 다시 읽어보고자 다시 들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조르바가 다가왔다.

 

조르바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알렉시스 조르바요.

어떤 작자들은 내 대가리가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눌린 데다

엄청나게 긴 옷걸이 같다며 '포도 덩굴' 이라고 부르죠.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부르라죠.

난 눈곱 만큼도 상관하지 않아요!

또 어떤 놈들은 내가 한때 길거리에서 빽빽 소리를 지르면서

구운 호박씨를 팔았다고 해서 ‘빽빽이’라고도 불러요.

또 어디를 가든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해서

'흰 곰팡이 균' 이라고도 부르죠.

다른 별명도 많지만 그 얘긴 그만둡시다.

 

주인공인 화자는 나라는 1인칭으로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생각하는 '조르바'라는 사람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나는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남자는 학교의 문턱도 밟아 보지 못했으면서 정신은 누구보다 멀쩡하구나,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지성이 열리고 가슴이 원시적인 담력으로 부풀어 올랐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조리바는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칼에 풀듯 풀어 버리는구나.

조르바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대지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실수를 범하지 않는거야.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뱀을 숭배하는 이유는,

뱀이 온몸을 땅에 대고 서 대지의 비밀을 배로, 꼬리로, 고환으로,

대가리로 알아차리기 때문이거든.

뱀은 늘 어머니 대지를 만지고 접촉하고 그것과 하나가 되지.

조르바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처럼 먹물을 뒤집어쓴 사람들은 공중에 나는 새들처럼

골이 텅텅 비어 있지.'

 

그리고 주인공은 조르바라는 인간이 느끼는 

사물에 대한 관찰, 감정, 표현력 등을 통해 자유인으로써의 

조르바를 존경하게 된다.

 

어제 우리가 오두막 밖에 앉아 있을 때,

조르바는 포도주 한 잔을 깨끗이 비우고 나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말이오, 보스 양반, 이 빨간 물은 도대체 뭐요?

말해 줄 수 있겠소? 늙은 그루터기에서도 싹이 나오고 거기에 시큼한 물체가 열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햇빛에 잘 구워지면 꿀처럼 단내가 나는거요.

그걸 우리가 포도라고 부르잖아요.

그걸 따다가 발로 밟아 즙을 내서 나무통에 담아요.

그 즙이 통 안에서 저절로 끓어오르다가 11월 3일 술주정뱅이 성인인

성 (聖) 게오르기우스 축제일에 통을 열어 따르면 펑펑 포도주가 나오지 뭡니까!

이 무슨 기적이란 말이오?

이걸 마시면, 이 빨간 음료를 마시면 말이오,

우리의 영혼은 더 이상 구역질 나는 이 가죽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부풀어 올라요.

그러면 우린 하느님께 결투를 신청하는 간 큰 짓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오,

보스 양반? 어디 말해 볼 수 있겠소?"

 

주인공은 조르바의 제안에 따라 

산 꼭대기에 철탑을 설치하여 산위의 나무들을 벌목하여

바다까지 케이블로 내려보냄으로써 운송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그 계획은 철탑이 완공되어 첫 개장하는 날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케이블의 낙하각도가 잘못 설계되어 통나무들이 너무 빨리 바다로 추락함으로써

결국에는 철탑까지 무너졌기 때문이다.

철탑이 망가지고 행사장이 아수라장이 된 마당에도 아래와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양고기가 너무 바삭하게 익어 버릴라!”

조르바가 이렇게 소리치며 달려가 꼬챙이를 계속 돌렸다.

나도 그의 옆에 앉았다. 이제 해변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조르바는 내가 이 파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 파국이 사태를 어떻게 몰고 갈지 몰라 머뭇거리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르바는 양고기에 허리를 굽히고 나이프를 들어 한 조각 베어 맛을 보더니

즉시 불에서 고기 꼬챙이를 빼내어 나무에 기대 놓았다.

“맛있게 잘 구워졌어요. 잘 익었다고요, 보스.”

그가 말했다. “보스도 한 점 시식해 보겠소?"

“포도주를 가져오세요. 빵도요. 배가 고프네요.”

조르바는 술통 쪽으로 달려가 양구이 옆으로 술통을 굴려 오고

큼직한 통밀 빵과 술잔 두 개를 가져왔다.

우리는 각자 나이프를 하나씩 집어 고기를 크게 두 점 베어 내고

빵을 두껍게 잘라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사업이 완전히 망가진 주인공은

지금까지 조르바와의 생활에서 조르바식의 자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돈을 깡그리 날려 버렸다.

게다가 인부들도, 고가 케이블도, 물건을 운반할 목적으로 건설한

조그마한 항구도 잃었다.

모든것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실어 나를 물건도 없었다.

그런데도 뜻밖에 해방감을 맛보고 있었다. 

필연이라는 단단하고도 시무룩한 두개골의 작은 구석에서

자유가 신바람 나게 뛰놀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모든 일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가치를 가늠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전능한 적이 -누군가는 그를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그를 악마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달려들어 때려눕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꼿꼿이 서 있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어도 속으로는 승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궁지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

외부적인 파멸이 가장 높은, 가장 견고 한 축복의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