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남한산성 소설이 출간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김훈 소설가의 글이 좋아 몇번이나 읽었지만
올해 남한산성이 영화로 만들어져 나온다길래 다시 책을 꺼냈다.
블러그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소감을 올린 책이 남한산성이다.
김훈의 남한산성은 읽을 때마다 맘이 너무 무겁다.
임금은 무력하기 그지없으며
신하는 그저 말로써 말먼지만 일으킬 뿐이다.
그나마 대쪽같은 선비들이 있어 청의 칸이 화친에 반대하는 선비를
포박해 앞장세워 오라는 말에 선뜻 자신이 앞서겠다는
하급관리들이 있었다.
나는 그로써 위안을 삼는다.
높은 벼슬아치들은 제 몸 사리기에 바쁘다.
그나마 김상헌은 임금을 궁 밖으로 내 몰릴 때 가야할 때임을 알았다.
그러나 명이 길어 죽지 못했다.
죽지 못한 목숨은 병자호란 뒤 수년 뒤 청에 까지 끌려가 옥살이를 한다.
살고자 했던 최명길도 마찬가지다.
살려고 했으나 김상헌과 마찬가지로 청에 끌려가 옥살이를 한다.
영화는 병자호란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조선을 침략한 청의 칸은 누르하치의 아들이 황제에 등극했다.
명을 섬기던 조선은 청으로부터 신하의 예를 다하라는 칙서를 받는다.
명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칸의 칙서는 무거웠다.
내가 이미 천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땅 위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나를 황제로 여김은 천도에 속하는 일이지,
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또 내가 칙으로 명하고 조로 가르치고 스스로 짐을 청함은
내게 속하는 일이지, 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네가 명을 황제라 칭하면서
너의 신하와 백성들이 나를 황제 부르지 못하게 하는 까닭을 말하라.
또 너희가 나를 도적이며 오랑캐라고 부른다는데,
네가 한 고을의 임금으로서 비단옷을 걸치고 기와지붕 밑에 앉아서
도적을 잡지 않는 까닭을 듣고자 한다.
하늘의 뜻이 땅 위의 대세를 이루어 황제는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다.
네가 그 어두운 산골짜기 나라에 들어앉아서 천도를 경영하며 황제를 점지하느냐.
황제가 너에게서 비롯하며, 천하가 너에게서 말미암는 것이냐.
너는 대답하라. ....
너의 아들과 대신을 나에게 보내 기뻐서 스스로 따르는 뜻을 보여라.
너희의 두려움을 내 모르지 않거니와,
작은 두려움을 끝내 두려워하면 마침내 큰 두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임금이니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라.
너의 아들이 준수하고 총명하며,
대신들의 문장이 곱고 범절이 반듯해서 옥같이 맑다 하니 가까이 두려 한다.
내 어여삐 쓰다듬고 가르쳐서 너희의 충심이 무르익어 아름다운 날에
마땅히 좋은 옷을 입혀서 돌려보내겠다.
대저 천자의 법도는 무위를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말먼지 와 눈보라는 내 본래 즐기는 바가 아니다.
내가 너희의 궁벽한 강토를 짓밟아 네 백성들의 시체와 울음 속에서
나의 위엄을 드러낸다 하여도 그것을 어찌 상서롭다 하겠느냐.
그러므로 너는 내가 먼 동쪽의 강들이 열기를 기다려
군마를 이끌고 건너가야 하는 수고를 끼치지 말라.
너의 좁은 골짜기의 아둔함을 나는 멀리서 근심한다...
이 칙서에 따르지 않아 결국 칸은 조선으로 쳐 내려온다.
병자호란의 아픔을 가슴절절히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영화는 이런 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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