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Resso와 함께 출간된
Blu, 준세이 입장의 내용이다.
아오이와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8년 전
약속을 위해 할아버지의 장례에도 참석하지 않고 두오모로
발길을 돌린 준세이
8년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했던 아오이는 나타날 것인가?
아오이는 현재 밀라노에서 미국남자와 동거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라 준세이는 반신반의 한
상태이지만 자신은 마음이 이끄는대로 8시반 두오모가
문을 열자마자 400개의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한 소설을 두 사람이 쓴다는 새로운 시도 탄생한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로도 크게 흥행하여 아오이와 준세이의 러브스토리는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다.
두오모꼭대기에서 8년 만에 아오이의 생일날에 만난
두사람은 3일을 함께 지내면서 8년간의 간극을 메워보려 하지만
그 간격은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준세이는 함께 몸을 섞은 아오이는 예전의 아오이가 아니라고 느낀다.
왠지 뜨겁게 포옹하지만 마음한 구석이 허전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기술해 본다.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 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 가고, 나는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방팔방에서 두오모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돌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쳐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그녀는 이 곳에 왔다.
10년 전의 사소한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약속을 기억하지 않았던가.
행복한 인생 속에서도 그녀는 과거를 뚜렷이 기억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오이는 이 거리로 왔다.
그래서 우리는 재회했다.
"아오이.”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본다.
무엇보다 소중한 현재, 산타 마리아 노베라역을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노력도 해 보지 않고, 그녀를 그녀의 현재로 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8년을 다시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된다.
역이 가까워지면서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과거로 돌릴 수 는 없다고 외치면서.
역 구내에 걸린 커다란 시각표를 올려다본다.
가장 빠른 열차는 18시 19분 발 국제특급이다.
그걸 타고 밀라노에 도착하면 21시 정각, 아오이가 탄 국내특급보다
15분 빨리 도착할 수 있다.
15분, 고작 15분이지만, 나는 그것으로 미래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
구내를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는 곧장 국제특급 매표 소로 달려갔다.
"밀라노 행 국제특급.” 담당자에게 그렇게 말하자,
재빨리 시각표를 보았다.
남자의 두터운 손가락 끝이 시각표를 더듬어 간다.
기계를 조작하자 금방 한 장의 티켓이 튀어나왔다.
"18시 19분 발. 자넨 운이 좋아. 마침 빈 자리가 많아.
그렇지만 서둘러야 할 거야. 곧 출발이니까.”
담당자에게 티켓을 받아들고 나는 플랫폼을 향해 달렸다.
어떻게 하려는지,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갔다.
확실한 건 하나도 없다. 모르니까 이렇게 달리는 것이다.
단지,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어쨌든 다시 한번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나를 찾아보고 싶다.
개찰구를 뚫고 들어서자, 국제특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햇살을 받아 강철의 차체는 둔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럽 횡단철도의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레일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 열차가 나를 데리고 가는 그곳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백 년을 살아갈 것을 맹 세하면서.
“새로운 백년.”
크게 심호흡을 하고 유럽 국제특급의 트랩에 오른발을 올렸다.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들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 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라팔엘로의 대공의 성모자
베일을 쓴 여자 (라파엘로)
작은의자의 성모 (라파엘로)
팔라티나 미술관 (피렌체)
'도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석영의 밥도둑 2 - 기억의 고리, 그 시작과 끝 (0) | 2020.06.06 |
---|---|
황석영의 밥도둑 1 - 유배지의 한끼니 (0) | 2020.06.03 |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0) | 2020.05.26 |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0) | 2020.05.20 |
배달의 민족 브랜딩이야기 (참고자료) (0) | 2020.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