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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오토바이

명지산 오뚜기령 오프로드를 가다 (2)

by bluesky0321 2001. 10. 23.


한 100미터 올라갔을까?


장난이 아닌걸.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건 오프로드가 아니라 

완전히 바위길 이다.


마치 트라이얼 오토바이를 타고 와야 할 길을 

이 무거운 온/오프로드 겸용 오토바이로 들어왔으니….
바위의 굴곡이 심해 기우뚱이라도 할라치면 얼른 뛰어내려 

오토바이가 넘어지지 않게 버티어야 한다.
무게가 200킬로가 넘어 한번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기가 만만치 않다.

가다보면 앞바퀴 뒷바퀴가 모두 푹 빠지며, 

엔진이 덜컥 바위에 올라 않는다. 

이리저리 흔들어 차를 빼내면 힘이 쭉 빠진다. 

뒤 돌아보니 내려가는 것은 더 만만찮고. 조금 더 가면 좋은 길 나오겠지.


이런길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제 머리를 구멍에 박은 뱀처럼 오로지 전진해야만 한다. 

후퇴할 수는 없다.
이놈의 오토방바이가 조금만 가벼우면 들고 내려오련만…. 

땀은 비오듯 하고 .. 

후회는 막급이나 어제 어쩔 수 없다는 절박함이 엄습하자 

오히려 힘이 난다.

언제 이런 경험 해 볼 것인가? 

이런 분위기를 한 껏 즐기자. 

이런 깊은 산속에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오로지 나 하나다.
계곡에 옷을 입은 채 몸을 담그니 그 순간만은 아무 걱정이 없다.


가다가다 안되면 119신고하지 뭐! 

 9시 뉴스에 나올지도 모르겠네… 

별 생각 다 하며,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나중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열심히 찍자. 죽을 땐 죽더라도.. 뭐 그런 심경으로..
그런데 경치는 죽인다. 

순간 순간 걱정도 없어지더군!

그렇게 올라 간 것이 얼마인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났다.


중턱에서 만난 오프로드 사륜차 동호회원을 만나 물어보니

 정상에 거의 다왔다는 말에 힘을 내어 발란스를 잡으며 

악셀을 당겼다.


그러나 길은 갈수록 험해지고 

사륜차도 개조를 하지 않은 차는 밑부분이 닿아 못 올라온다고 하는데...
이제 힘이 빠져서인지 삐긋하면 넘어지기 일수일세.
서너번 넘어지고 어깨 다치고 더 이상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군.


넘어진 차를 억지로 세우고 (아무렇게, 돌 밭길 가운데)
이제까지는 어떻게든 정상으로 올라가 

반대편은 길이 좀 낫다니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제 포기를 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진정 119 신세를 져야 하나… 

계곡속이라 핸드폰은 전혀 통하질 않고…
신고를 하려해도 정상까지 걸어가야할 상황이었다.

(사진설명)
1. 이제 치고 올라가야 할 바위길 오프로드 (비까지 간간히 내려 바위가 미끄러움)
2. 바위에 걸터앉은 오토바이 (이런길을 몇시간 올라갔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