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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명산 기행

밀양 영남알프스 억산, 범봉을 가다

by bluesky0321 2014. 1. 5.

억산??

이름부터 심상찮다.

듣기도 처음 들어본다.

왠만한 산들의 이름에는 유래 또는 뜻이 있어

듣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 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억산은?

정상에서 식사를 하는 몇 팀 중에서

누가 억산의 이름은 무슨 뜻이요?라고 물었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뜻에서

많다는 의미의 억산이라는 사람이 있었으며,

싱거운 소릴 잘 하는 내가

억산 정상의 바위를 아래에서 올려다 볼 때

"억"소리 나게 크고 높던데 그래서 그런 것 아닐까요

 라고 답했다.

아무도 아는 이는 없었다.

 

이름이야 어떠하든

처음오른 억산의 정상은 북으로는 한겨울의 정취가

남으로는 따스한 가을빛의 분위기가 났다.

영남알프스의 줄기 위에서 좌우로 조망되는

상반된 정취의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다.

 

억산은 해발 944미터이다.

지역의 대부분 산들이 6~700 고지인 것에 비하면

제법 높은 편이다.

그러나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간월산 등이 모두 1천 고지를 넘는 것에 비하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억산은 대부분 석골사입구에서 올라오는

코스를 택하는데 억산에 올라 범봉을 거쳐 다시

석골사로 내려오거나

체력이 남으면 내친 김에 운문산까지 다녀와서

다시 석골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해도 되니

원점회귀하는 등산객들은 석골사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석골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방에 큰 바위 얼굴처럼 높게 솟은 바위덩어리를

보게 되는데 그게 억산의 주봉 옆에 있는 바위이다.

어떻게 보면 억산보다 더 인상깊은 풍경이다.

 

마치 보기에는 북한산의 인수봉처럼 빙 둘러 독립된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것은

가이 위압적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 수록 인상좋은 아저씨처럼

등산객을 맞아준다.

그리고 그 위에 오르면 독립된 바위는 아니고

뒤쪽의 산맥과 이어져 오다 이곳 바위에서

산맥이 끊긴 것이다.

 

바위의 위쪽은 매우 널찍하며 주변 운문산, 가지산까지

멀리 조망되는 탁 트인 공간을 제공한다.

먼저 온 팀들과 인사를 나누고

펼쳐놓은 점심상에 우리의 김밥을 곁들여

함께 했다.

 

산에서는 누구나 금방 친구가 된다.

마을 열고 잡스런 생각을 버리고

대자연의 조화 앞에 마냥 작아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운 말 말고

 그냥 산에 오르니 스트레스 풀리고

내 기분이 UP 되니 괜히 친한 척 하는 거겠지...

 

아무튼 산에 오를 때의 고통은

정상에서의 바람이 씻어 주니 주는 만큼 받는 것이리라

 

석골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억산을 올라 팔풍재, 범봉을 거쳐 다시

석골사로 회귀하는 코스를 잡았다

약 7KM 정도 되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석골사를 거쳐

등산길에 오른다.

석골사의 입간판도 있지만 주지스님이

썼음직한 석골사의 안내문이 정겹다.

 

절로 통하는 계곡위에는 비록 시멘트로

투박하게 빗은 것이지만

오작교와 같은 다리를 걸쳤다.

 

석골사 바로 앞의 계곡은 깊다.

수량은 적으나 폭포의 깊이가 높다.

물소리, 풍경소리에 세상과 별리되는

 석골사를 지난다.

 

운문산도 이것을 출발지로 택할 수 있다.

억산까지 2.8KM

운문산까지 3.8KM 

 

억산으로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마치 둘레길 돌아가듯 한다.

산은 높으나 발길은 가볍다 

 

겨울 산은 시야가 넓다.

옷 벗은 가지 사이로 먼 산이 보인다.

저 산의 속살에는 지난 해 내린 눈이 아직도 남아있다.

 

억산 바로 옆의 재에 섰다.

500M 만 가면 억산 정상이다.

 

멀리서 보이던 바위덩이를 로프로 올라야 한다.

유격훈련 받은지 꽤?

지났지만 바위타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런데 억산의 바위는 화강암이 아니다.

푸석푸석 부서지는 것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으나

발이 미끄러지지 않아 안전에는 문제없다.

 

우회 길에는 나무계단이 친절하다.

이름 모를 이들의 노고 덕분에 편안한 산행이

항상 고맙다.

 

억산 정상에서 본 운문산 쪽 풍경

보이는 쪽이 서쪽이라

잔설이 많이 남았다

 

능선에서 북쪽으로 돌아서면

정오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 설화? 서릿발?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그만큼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다.

 

그늘진 곳에는 눈도 아직 그대로 이다 

 

멀리 펼처진 능선과 저수지

앞에 보이는 설화는 겨울과 가을 빛이 함께 한다.

 

억산 정상의 이정표

해발 944M이다 

 

정상 바로 옆의 너른 바위위에서

모인 이들과 중식을 함께 했다.

산에서는 누구나 금방 친구가 된다.

울산, 대구, 밀양, 창원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제 정산에서 범봉을 거쳐

석골사로 내려 갈 요량이다. 

 

범본 쪽에서 본

억산의 풍경

이어져 오던 산맥이 끊어져

억산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있다.

 

범봉쪽으로 갈수록 서릿꽃이 많다.

서릿발이 바람에 눈처럼 떨어진다. 

 

눈위에 각진 서릿발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밤새 만들어진 서릿발은

햇볕에 녹아 한 낮에는 눈처럼 내린다.

마치 시루의 백설기에 떡가루를 뿌린 것 같다. 

 

범봉 이정표

억산보다 오히려 높은 962M이다 

 

하산길 쉬는 틈에

바위를 비집고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에게서

삶의 고통에 대해 한 수 배우고 발길을 옮겼다.

 

발걸음이 묵직해질 무렵

또 다시 석골사에 도착했다.

10시반에 시작한 산행이 4시가 다되어 끝이 났다

법당에서 잠시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대웅전인 줄 알았던 법당이 나와서 보니

극락전이었네... 

 

주지스님의 작품인지 고독한

통나무 인형이 폼을 잡고 있다.

특이한 풍경이라 왠지 이 절이 맘에 든다. 

 

차 한잔 할 수 있는 휴게소의 벽면에는

스님의 작품인 듯 한 아름다운 글들이 있어

찍어 보았다. 

 

 

 

아마 주지스님의 법명이

"도심"이 아닌가 싶다.

좋은 글 감사하며,

생각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