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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도서 감상

배민다움 - 배달의 민족 브랜딩이야기 (홍성태)

by bluesky0321 2020. 5. 18.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별로 볼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더구나 리뷰따위나 남에게 소개할 마음도 없었다.

며칠을 책상 한구석에 쳐박아놓고 눈길을 주지 않았다.

 

 DH가 배민을 사상 최대의 인수금(4조8천억원)으로 인수한다고 할 때만해도

대단한 배민이라고 도대체 배민은 어떤 기업인가하는 호기심이 컸다.

그러나 DH가 요기요와 함께

국내 1위 배달앱 업체로 되는데는 공정거래법 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독과점으로 인한 병폐가 생길거라 예상했다.

 

배달의 민족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 것은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부터이다.

합병한지 불과 반녕도 되지않아 가맹점의 수수료 체계를 변경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문제, 독과점의 병폐

배민의 갑질, 독일기업으로 합병 등의 문제가 뉴스로 연일 보도되었다.

결국 배민은 수수료 변경문제를 철회했지만 이러한 문제는

언제든지 또 불거질 수 있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배민의 브랜딩에 관한 책을 손에 쥐어줌에도 불구하고

별로 일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배민이 DH사에 팔려 DH가 독과점의 횡포를 부린 것은

맞지만 배달의 민족이 이만큰 성장한 배경이나 어떠한 가치가 

있길래 독일기업이 2조가 넘는 돈을 주고 기업을 인수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 책을 보게 되었다.

 

 

 

 

머리글

 

제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귀국한 때가 1990년,

당시에는 강의에서 마케팅 도구로 4P가 있다는 말만 해도

매우 신선한 정보인양 받아 적곤 했습니다.

지금은 지식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기본을 언급한다는 건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니 비즈니스 위크>나 <포춘>과 같은

경제지를 먼저 읽고, 그 잡지에 나온 사례를 곁들이면 경영자들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2010년경이 되자 웬만한 기사는 하루 이틀 후면 인터넷을 을 통해

우리말로 다 전해지는 세상이 왔습니다.

 

저술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는 성공한 기업의 요소를 찾아 정리해 2~3년 후에 책을 내도

그 시사점이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유일한, 이병철, 정주영 회장 등의 신화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경영의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자 성공한 경영자 이야기는 느낌이 들도록, 되도록

그의 말투 그대로 옮기면서, 중간중간에 설명을 곁들이는 식으로 엮어 보았습니다.

이 책은 김봉진 대표가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오면서

스스로 질문에 따라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에서는 평범한 젊은이가 접한 삶의 어려움과 사업실패의 좌절을 딛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배민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소상하게 얘기했습니다.

 

2부에서는 전형적인 외부 브랜딩(external branding)에 대해 묻고 답 했습니다.

이 회사가 여태 한 것을 보면 교과서적으로 빠짐없이 잘했 습니다.

제가 쓴 책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 나오는 7C-7E라는

크리스트에 대한 답을 다 할 수 있는 회사는 드문데,

배민은 거의 모든 체크리스트를 만족시킵니다.

 

3부에서는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경영의 성패가 좌지우지되는

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업의 개념을 체화시키고

그들을 만족시켜 팬으로 만들어 외부에 알려지게 하고,

스스로 더욱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는 과정에 대한 얘기입니다.

 

 

 

 

 

 

 

망한 다음에는요? 

 

작은 에이전시들에서 출발해 이모션, 네오위즈 등에 다니다가

가구 사업에 실패하고 네이버에 들어갔어요.

월급은 망할 때 진 빚 이자 로 다 냈죠.

밤마다 아르바이트 시안 같은 거 잡아서 그걸로 생활 비하고, 와이프도 일 다니고요.

 

마지막 회사는 네이버,

그곳에서 충격적으로 느낀 점이 있었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때 10년 차 정도라 좀 더 멀리서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새로 들어온 친구들하고 저를 비 교해봤는데,

그들이 새로 알고 있는 것들이 제가 예전에 배웠던 것 들하고 달랐어요.

 

탐스 신발 같은 새로운 이야기들도 하고,

안그라 픽스 같은 데서 낸 좋은 책들을 많이 읽고 왔더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그런 책이 많지 않았어요.

서양의 디자인 잘하는 사람들 에 대한 정보 같은 것도 얻기 어려웠죠.

 

저 자신을 차분히 돌아보니, 저는 10년 가까이 우직하게 일만 열 심히 해왔어요.

포토샵 단축키를 빨리 누른다거나 보카시를 어떻게 치고,

폰트를 어떻게 쓰고...

그런 걸 잘하는 정말 기능적인 디자이너로 변해 있는 거예요.

 

시안을 잘 잡기는 했지만 거의 기술자에 가까운 디자이너가 되어 있는 저랑,

최신 정보에 밝은 디자이너5년 차를 비교해보니까 퀄

리티도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 것 같더라

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고요.

군대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군대에서 하게 된 일도 재미있어요.

제가 공업고등학교 전자과를 나왔다고 했잖아요. 

기판 만들고 납땜하고 그런 거 배우는 거예요.   

졸업할 때 선생님이 전자기기 자격증이라는 것을 따게 했어요.

형식적으로 해주는 거라 시험만 보면 거의 다들 따요.

 

그런데 공군에 입대한 친구가 저더러, 공군은 6주에 한 번씩 휴가도 주고 좋으니

공군에 지원하라고 추천했어요.

그래서 전자기기자격증을 내고 기술병으로 지원했는데,

공군에서 사진병과에 배치하더라고요.

 

공군은 항공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비행기에 달려 있는 카메라가 전자장비예요.

그래서 전자기기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뽑는 거더라고요.

 

 

 

 

저는 한 학기 동안 비누의 문제점만 찾아보았어요.

공중화장실 에 가서도, 음식점에 가서도, 집에서도 비누만 들여다봤어요.

가령 공중화장실에 있는 물비누는 짜서 쓸 때마다 밑에 찌꺼기가 묻어 나잖아요.

 

고체 비누는 비누를 놓는 면의 물구멍이 작으면 비누가 빨리 녹아서 물렁해지고요.

그런 굉장히 사소한 것들, 자잘한 문제 점들을 계속 탐구했습니다.

답은 찾지 않고 문제점만 찾았죠.

아주 자잘한 건데 그 문제점에 계속 집중했어요.

 

창업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보통 창업자들이 '나는 이 문 제를 이렇게 해결하려고 창업했다'고 이야기들 하잖아요.

열심히 듣다 보면 '저게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가끔 30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나서

제가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도 있어요. “그거 꼭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어요?

해결 안 해도 되는 것 아니에요? 그게 진짜 문제인가요?” 하고요.

 

자기가 느끼기에 이게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창업의 성공요소가 빼어난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정작 중요한 점은?

 

저는 사업의 핵심은 아이디어보다는 실행력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아이디어로 출발하지만 대개 실행력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스타트업들을 보면 처음부터 사업으로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의외로 적어요.

 

그냥 장난스럽게 놀이처럼 가볍게 시작하죠.

한 가지 예를 들어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도 하버드대에서

이성을 사귀는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시작된 거잖아요.

 

 

 

 

전화로 하던 주문을 온라인화해서 달라지는 점이 뭐죠? 

 

오프라인에서는 1:1로 거래하잖아요.

가령 사장님이 만든 음식을 소비자가 사 먹고 끝나는 식이에요.

1:1 거래죠.

 

그런데 온라인은 사실 1:n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리뷰나 평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 되는 거예요.

저희는 그게 정말 큰 변화라고 생각했어요.

 

음식점 리뷰가 뭐 그리 중요하냐, 단순한 평가 아니냐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리뷰 하나로 음식의 퀄리티가 달라져요. 사

장님들 이 그전에는 평판에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전단지는 완전히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잖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쇄해서 문 앞에 가져다 놓으면

커뮤니케이션 이 끝나요.

그런데 이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요.

소비자 가 배민을 통해 주문해서 먹어보고 맛있어서 '정말 맛있다'고 평가 하면

사장님도 기분이 좋아져서 더 맛있게 만들려고 애쓰죠.

 

평판 이 중요해진 시대로 넘어갔다는 방증이에요.

예전에는 음식이 진짜 맛없으면 식당에 전화해서 화내고 끊어요.

그럼 사장님은 그때 잠깐 참으면 끝이에요.

그런데 지금의 구조는 그 평가가 고스란히 다른 잠재고객에게 보여지고

온라인에 남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그 평가를 보고 평판을 내리니 사장님들이스트레스를 받죠.

결국 좋은 평판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면,

어떤 사람들이 배민 서비스를 이용하나요?

저희도 앱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

배달음식은 누가 시키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어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달에 적어도 두세 번은 배달음식을 시키는데,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모임의 막내가 시키죠.

팀장보다는 팀원이 음식을 주문하고요. 윗사람이 주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러다 보니 20~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 주 문을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앱을 만들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화코드를 담자고 생각했죠.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홍대문화나 B급코드에 익숙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고요.

늘 어울리는 복 학생 형이나 편안한 동네 형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20~30대라고 해서 그런 문화적 특성을 다 가진 건 아니잖아요.

 

네, 저희가 생각한 고객의 특징은 B급문화에 익숙하고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친구들이었어요.

사실 브랜드라고 하면 나이키, 애플같은 거 생각하잖아요.

 

대부분의 브랜드가 고급스럽고 깔끔하거나, 젊고 역동적이거나, 둘 중 하나예요. 

그런데 분명 키치함의 B급 영역에서도 소비가 이루어져요.

저희는 그걸 노렸어요. '왜 이쪽으로안 넘어올까? 하고요.

어차피 애플이나 나이키처럼

고급스럽고 깔끔한 영역에서는 승리의 확율이 낮으니까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우동 한 그릇’ 프로젝트인가요?

 

네, 맞아요.

왜 일본 단편소설 중에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이야기 가 있잖아요.

우동집에 가난한 엄마와 두 아들이 와서 우동 한 그 릇을 시켰는데,

주인이 온정을 베풀면서 손님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우동을 여러 그릇 더 주는 대신 한 그릇에 넉넉하게 담아줬다는. |

 

저희가 그 주인처럼 고객의 마음이나 상황을 읽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걸 바로바로 따지는 고 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오히려 혼자 실망하고 끝내버리죠,

다 른 데서 이야기하거나, 그런데 그게 훨씬 더 위험하죠.

그래서 ‘우동 한 그릇' 프로젝트라는 걸 시작했어요.

 

페이스북, 트위터, 카페 같은 곳에

고객들이 저희에 대한 불만을 놀던 걸 찾는 거예요.

'배달의민족' '배민' 등 관련 키워드로 검색 다 나오거든요.

'어제 배민으로 시켰는데 음식이 늦게 와서 완 전 짜증났어요' 같은 글이요.

그럼 저희가 다음 날 먼저 글 올리신 분들에게 어제 이런 내용을 올렸던데

어떤 불편사항이 있었는지 여쭤봐요.

 

제대로 물어보고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 확인하죠.

그리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쿠폰을 드릴 테니

다음에 즐겁게 이용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도 드려요.

'우동 한 그릇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 지났는데 조금씩

더 좋아지는 기미가 보여요.

모두 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들이 고객에게 감동을 드리려고 노력해요.

 

 

 

 

 

 

 

 

옥외광고를 오히려 소통의 방식으로 잘 활용했네요.

그중에 가장 파급효과가 컸던 프로젝트는 뭔가요?

 

여성중앙에 썼던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잡지테러 광고를 옥외광고로 내보냈는데,

신기한 현상들이 발견됐어요.

우리나라의 모든 경희가 갑자기 태그되기 시작했어요.

김경희, 이경희, 박경 희 등등..

이 생소한 현상을 유심히 지켜보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생각했죠.

그러다가 우리나라에는 ‘두 부류의 여자'가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요,

경희이거나 경희 친구이거나, 이 광고를 경희가 보면 너무 좋아하고,

경희 친구가 보면 경희에게 빨리 알려줘야 하는 거예요.

정말 재밌는 현상이죠?

 

그런데 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사람들이 우리 광고 앞 에서 인증샷을 찍는 거예요.

왜 그러는지 몰라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사람들이 광고에 나온 경희를 포샵으로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 올려놓고

자기들끼리 막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예삿일이 아니다.

이걸 어떻게든 빨리 살려보자고 해서 연결된 캠페인을 기획했죠.

그게 ‘100명의 경희 프로젝트’ 시작이에요.

 

'100명의 경희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회사 구성원들 100명 이름을 회사 버스광고에 넣었어요.

“여진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효정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서현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혜수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나영아,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이렇게 해서 이런 것들이

서울 전 역에 다 돌아다니게 되었어요.

버스 100대에 붙였어요.

그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에 문의가 엄청 많이 왔어요.

 

“제 이름을 봤다는데, 도대체 어느 버스에 있어요?”

그래서 버스번호를 공개했어요. 경은이는 641번에 있고요,

도연이는 270번에 있어요.

그랬더니 다들 자기들끼리 “야, 네 이름이 3217번에 있다”

그러면서 태그를 걸어서 서로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일이 더 커졌어요.

100 명이나 되는 이름으로 광고를 만들었지만,

대한민국에는 훨씬 더 많은 이름이 있잖아요.

내 이름은 왜 없냐고 항의가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1000명의 경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그러면서 커다란 A2 사이즈 포스터에 신청한

사람의 이름을 프린트해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인쇄가 아닌 출력을 하려니

그것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한 장에 3만 원이면 3000만 원이잖아요?

실수 했죠.

그래서 아예 1000만 원짜리 출력기를 구매해서 직접 출력해서

1000명에게 포스터를 보내줬어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러니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이렇게 경희 프로젝트가 연이어 진행되었습니다.

 

 

 

 

 

 

 

단순히 경쟁자가 광고를 시작해서 따라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광고하기 전에도 TV광고의 필요성을 느끼긴 했죠.

경쟁사가 저희보 다 거의 1년 정도 먼저 매스미디어 광고를 시작했을 때였어요.

경쟁사는 케이블 TV부터 광고를 오래 해왔지만,

그것으로 저희를 따라 잡지 못할 거라고 봤는데 지표가 움직이더라고요.

 

저희다운 마케팅을 하고, 팬덤을 만들어도

대중을 향한 마케팅 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러다가 따라잡히겠다고 생각해서 투자자를 설득하기 시작했죠.

 

정말 어렵게 설득했어요.

투자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했어요?

이런 논리죠.

 

만약에 1000억을 번다고 할 때,

20억을 부어서 1000억 벌 수 있고 200억 써서 1000억 벌 수도 있다.

비용을 보면 20억과 200억 차이고, 뒤집어 수익을 보면 980억과 800억의 차이다.

 

고를 적게 하고도 동일한 매출을 올리면 좋겠지만

200억을 쓰는 대신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800억 버는 게 낫지 않겠냐,

그런 논리로 풀었죠.

시장은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결국 회 사 가치는 예상보다 훨씬 커졌고

투자자들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수수료가 왜 문제가 되었죠?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 수수료 비즈니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죠.

수수료를 비즈 니스 모델로 하고 있는 많은 서비스들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 다녀요.

 

신용카드사나 온라인쇼핑몰, 백화점 등에는 늘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죠.

저희 나름대로는 설득을 하려했지만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는다는

프레임이 더해지니 소비자들까지 정서적으로 외면하게 되었어요.

 

사실 다른 e-커머스나 백화점 같은 유통 채널, 그리고 해외에 있는

배달앱에 비해서는 수수료가 현저히 낮았지만, 이건 높다 낮다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수수료를 아무리 낮춰도 아예 폐지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계속 사라지지 않는 문제로 남아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뭔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결국 당시 기준으로 매출의 30%를 차지하던 수수료의 전면 폐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든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네요.

각각 탄생의 비밀, 설명 좀 해주세요.

 

일상 속 제품들을 브랜드 제품으로 만들면서

‘스타벅스 맛 나는 맥 심커피'라고 쓴 머그컵을 만들었죠.

하루에 몇 잔씩 먹게 되는 믹스커피를 이왕이면

우아하게 마셔보자는 뜻으로 만들었는데, 반응 이 생각보다

좋아서 구성원들에게 머그컵을 하나씩 나눠주었어요.

그런데 뜻밖의 방식으로 머그컵을 쓰는 친구들이 있었죠.

컵에 커피를 마시지 않고 연필꽂이로 쓰는 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 머그컵 이 탄생하게 되었죠.

그게 바로 '머그컵 같은 연필꽂이'예요.

컵이라는 형태는 동일한데 사용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걸 재미나게 표현한 거예요.

 

 

‘수동바람'은 부채예요.

이 부채도 대학생들에게 나눠준 포스터 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거예요.

여름이니까 포스터보다 부채가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범적으로 부채를 1000개 제작해서 이벤트를 했어요.

페이스북에 신청하시는 분께 몇 개든 드리겠다, 대신 착불'이라고 공지를 올렸는데

사무실, 학교, 병원 등 여기저기서 신청 이 들어오는 거예요.

하나를 꽂아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재미 있게 봐주니까요.

 

이 부채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잘 나눠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강남역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시켜서 뿌리자니,

계속 쓰지 않고 재미로 한 번 보고 버릴 것 같았어요.

사람들에게 이슈 가 될 제품으로 남아야 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반대로 이 부채를 사게 만들면 어떨까?

조금 더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에 소셜커머스(쿠팡)를 통해 판매했습니다.

박스 하나당 30개 총 333박스,

1인 당 한 박스 구매 가능, 3000원에 무료배송,

이렇게 하니까 이야깃거리가 되더군요.

 

30개를 받은 한 명이 친구들에게 나눠줄 때 그냥 주는 게 아니

“이게 배민 부채인데, ‘수동바람' 이래,

웃기지 않냐?”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주기 때문이죠.

 

150만 원 예산으로 만든 1만 3000개 의 부채가

각각 다른 1만 3000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이야깃 거리가 얹어지면서 파급효과도 더욱 커졌습니다.

 

 

 

 

 

 

 

 

 

배민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이

외부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왜 송파구라고 한정한 거예요?

저희는 늘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이고 분명한 것을 추구해요.

배 민이 하는 여러 활동들이 대부분 그래요.

'배달의민족에서 일 잘하 는 법'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송파구는 저희에게 애플의 캘리포니아 같은 곳이에요.

그래서 저 희 브랜드 제품에는

'Design by Woowabrothers in Songpa' 라고 쓰여 있어요.

 

이건 애플의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를 패러디한 거예요.

저희에게는 송파가 약간 그런 의미예요.

 

그리고 일단 재밌잖아요.

대표적인 주택가인 송파구에 저희 회사 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색다른 느낌이 들죠.

주택가만 있는 줄 알 았고 기업하고는 덜 어울리는 분위기인데

송파구라고 들이미니, 사 람들이 더 재미있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첫 번째 항목,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라는 말은 마음에 쿵 와 닿아요.

피라이터 출신의 지인에게 이야기했더니 '지각 엄금' 이라고 써도 되는데,

리가 아닌 마음을 흔드는 표현이라며 극찬하더라고요.

 

실제 어느 정도로 지켜지고 있어요? 늦으면 벌칙이 주어지긴 하나요?

일단 출근시간을 어기면 본인의 직속상관부터 저에게까지 근태 메일을 보내야 해요.

자기의 출근시간을 매일같이 보고하는 거예요.

10명 좀 넘게 매일 저에게 보고를 해요. 그렇게 하다가 잘하고 있으

면 자연스레 풀어주는 거죠.

 

 

 

 

 

 

롯데월드 근처로 온 것도

직원들의 버킷리스트 때문인가요?

‘한적한 곳에 위치한 회사라는 구성원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사

무실을 이전할 때 공원 근처에 있는 곳들만 알아보러 다녔어요.

그 결과 지금의 회사로 오게 됐죠.

 

잠실 롯데월드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석촌호수 옆이에요.

사실 한적한 위치에 사무실이 있으면 불편한 점도 많아요.

출퇴 근도 불편하고, 밥 먹으러 갈 곳도 적고,

병원이나 편의시설도 주변 에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으로 늘렸어요.

물론 퇴근시간도 그만큼 늦어졌지만요.

 

전반적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 기니까

점심식사 후에 공원을 산책하는 직원들도 생기고,

저녁에 창밖의 풍경이 예술이에요.

 

 

 

 

책을 전 직원들에게, 그것도 무제한으로 사주는 걸로 아는데요.

 

네, 배민의 대표적인 복지정책 중 하나예요.

말 그대로 책 몇 권을 사든 간섭하지 않아요.

그냥 전 구성원이 책을 많이 사도록 장려 해요.

 

예전 다니던 직장에서도 일정 금액의 도서비를 지원받았는데요.

당시에는 다른 문화생활에 그 돈을 쓸 수 있어서

정작 책을 많이 보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책만 사게 합니다.

대표님은 책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직원들도 그렇게 책을 좋아하나요?

 

제가 어떤 것보다 자부할 수 있는 게 있는데요,

저희 회사 구성원들 이 다른 어떤 회사 직원들과 비교해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해요.

스펙이나 학벌은 몰라도 독서량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문하는 회사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읽는 곳이 있어요.

제가 책을 읽고 모임을 주재하거든요.

그런데 사장님이 참석해서 앉아 계신데도 대충 읽어오는 직원들이 많아요.

하물며 안 보이는 곳에서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을까요?

 

회사가 어떤 책 한 권으로 지식이나 인사이트 얻는 걸 노리기보 다는,

회사가 건강해지려면 집단적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커뮤니케이션도 잘되잖아요.

책을 통해서 회사 구성원들의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무제한 구매하게 하는데, 책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굳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게 하는 이유가 있나요?

개인 소유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볼 수 있는 지름길은 일단 책을 많이 사는 거예요.

많이 사다 보면 많이 보게 되겠죠.

 

그래서 책값은 무제한으로 지급해요.

서점에 가서 책을 한두 권만 고르게 하면 베스트셀러 1, 2위만 사잖아요.

개인적으로 갖게 하니까 이것저것 다양하게 사죠.

무슨 책을 사는지 전혀 관여는 안 해요?

전혀 간섭하지 않아요.

하지만, 성인잡지나 만화책 시리즈 같은 것 들은 알아서 피하죠.

 

 

 

나음, 다름, 다움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브랜딩 branding)'이라고 단언 한다.

브랜딩의 성패는 그 브랜드 다움'을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다움'이나 ‘애플다움' 또는 '나이키다움'이 라고 할 때,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무엇이나 빙그레 미소 짓게 만 드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은가.

신용카드 중에 만년 하위였던 현대카드 가 상위 랭킹에 오르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현대카드다움을 잘 만 든 덕이라 본다.

그렇다면 '~다움' 또는 ‘~스러움'을 어떻게 만들어 야 할까?

 

문화(culture)라는 단어는

‘땅을 경작하다, 일구다'는 의미의 cultivate'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비옥 하게 한다'는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예전에는 '문화' 하면 ‘가진 사람들의 여유'에서 비롯된 귀족문화를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이 호응하느냐'가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된 소비문화가 중심이 되었 다.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능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

‘자기다운 문화'로써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하 면 인식상의 차별성이나

실제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배달의민족은 B급문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김 대표 보이스 배달의민족을 만들기 전까지는

B급문화에 관심이 각별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는 웹디자인 회사에 일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을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데 능숙했다.

 

나이키 웹사이트는 나이키스럽게 디자인해주었고,

현대카드는 현대카드스럽게 만들어주었으며,

국민은행은 국민은행답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배민 브랜드를 구상할 때부터 배민을 배민답게 만드는

일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달의민족 창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한도전>이다.

김 대표는 〈무한도전>의 노홍철, 박명수 같은 출연자가

가장 핫한 시간대에 공중파에 나오는 걸 보면서,

이른바 'B급으로 여겨지던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도

대중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걸 직 감했다.

 

그래서 키치나 패러디 등, B급문화를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

요소들을 꺼내어 배민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 것이다.

 그의 지론은 이것이다.

“훌륭한 디자이너나 마케터라면

문화를 툴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화를 툴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즉 컨셉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움'을 형성하는 내부 브랜딩

 

경쟁사보다 더 빠르거나, 더 싸거나, 더 크거나,

더 좋은 제품을 제 공하여 성공한 기업은 언젠가 더욱더 빠르거나,

더욱더 싸거나, 더욱 더 크거나, 더욱더 좋은 제품에 뒷덜미를 잡히게 되어 있다.

 

더 나은 (better)' 제품 만들기 게임에서 영원한 승자란 없다. 

늘 더 나은 조건의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승 부를 보려는 기업은 하수다.

소비자 인식에 '다름(different)'을 인정하게 하는 차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차별화 방식을 주제로 다룬 《퍼플카우》, 《디퍼런트》, 《블루오션》, 《제로투원》 등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것을 보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를, 을 달성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상의 다름으 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브랜드 고유의 ‘다움(like)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 자가 '나이키다운 행사(Nike-like event)' 라든지

'애플스러운 디자이 (Apple-like design)'과 같은 말을 하는 단계가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싶다.

 

‘다움'을 형성하는 데는 두 가지 브랜딩 요소,

즉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과 장기적 브랜딩(long-term branding)이 필요하다.

장기적 브랜딩에 관해서는 졸저 나음보다 다름》에서 바뀌지 말아야 할

'본질 요소와 시대 및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변화해야 할

‘표면 요소’들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한결같다'는 단순히 '변 함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기만의 컬러를 지키되 트렌드에 맞춰 디테일하게 변해야 한결같다고 말한다.

'볼보다움'이나 '구글스러움'이 란 말을 들으려면,

브랜드 컨셉을 중심으로 세태에 맞추어 부지런히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일관된 브랜드 컨셉 하에 부지런히 변화를 추 구하는 것이야말로

지속적(sustainable)인 생명력을 갖는 브랜드의 핵 심이다.

 

‘다움'을 형성하는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내부 브랜딩이다.

브랜드의 개념이 외부에 드러나 보이는 것 못지않게

브랜드 개념이 내부 구성원 들에 스며들어 그들 자신의 문화가 되고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배민 브랜드를 배민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내부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에 관한 전략에서 내부 브랜딩은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 루어진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Just Do It'을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 세우는 나이키의 직원이

스포츠를 싫어하거나 도전의식이 없다면 속 과 겉이 다르다고 여겨지지 않겠는가.

많은 기업이 기업철학이나 사원 정신, 브랜드 이념 등을 거창하게 내세우지만,

그들의 행동은 이와 아 무 상관없을 때가 많다.

브랜드 내재화란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치가 직원들이 믿는 가치와 일치하여,

실제 그 믿음대로 실천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예전에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고 듣는 것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냈지만,

지금은 여러 소셜미디어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스토리와 조직의 분위기가 외부로 노출됩니다.

소비자는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종합적으로 형성하게 되죠.

그래서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진정성이 착하고 바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술에 대해 연구하며 술을 만들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빵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빵 만드는 게 힘든 사람이 만든 빵과,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는 빵을 만들어 빵 굽는 냄새가 고객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까

연구하며 만드는 사람의 빵은 전혀 다르겠죠.

 

내부 브랜딩은 빵을 만드는 사람들이 빵을 진정 좋아하고,

빵 만드는 행위를 노동이 아니라 숭고한 활동으로 여길 수 있도록

소면이 과 비전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이 세상에 이 떤 이로움을 주는지에 대한

비전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에너지로 한 단계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

내부 브랜딩은 그냥 놔두어도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전략적 브랜드 관리》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한 장 노엘 캐퍼러Jean Noel Kepferer 교수는

컨설팅으로도 인기가 높다.

직원 교육에 큰 가치를 두는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캐퍼러 교수에게 잠깐의 강연이 아니라

제 대로 된 교육을 부탁했다.

캐퍼러 교수는 시간당 강연비가 매우 높기 로 유명한데,

아모레퍼시픽은 무려 하루 종일 진행되는 교육을 의뢰했 다.

 

거금을 들인 만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듣게 하고 싶었으나 캐퍼 러 교수는

30명만 선발해 달라고 주문했다.

 

어렵사리 뽑힌 30명은 큰 기대를 품고 두꺼운 노트를 준비해 강의 장에 모였다.

캐퍼러 교수는 인사를 하더니 “아모레퍼시픽은 무엇을 추구하는 회사입니까?”라고 물었다.

직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늘 머릿속에 새겨두었던 'ABC'라고 합창했다.

Asian Beauty Creator 라는 말이다. 그

랬더니 교수는 “이 컨셉을 완성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30명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물어보고 토의하고,

그다음 사람에게 물어보고 토의하며 첫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시간에는 “Asian Beauty Creator라면,

고객이 아시아 최고의 아름다움을 창출하도록, 당신 부서에서는 어떻게 돕고 계십니까?”

라며 또 한 명, 한 명 물었다.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가르치진 않고, 짜증나도록 물어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캐퍼러 교수는 어떤 교육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컨셉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그 대신 직원들이 컨셉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곱씹어보게 함으로써

진지하게 체화하도록 훈련시킨 것이다.

 

선발된 소수의 직원들이 씨앗이 되어 아모레퍼시픽이

실제로 Asian Beauty Creator로 거듭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의료잡지나 우주공학 잡지나

건축 관련 잡지처 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잡지를 한 달에 하나씩만 골라,

개성 넘치는 광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표수집하듯 이 광고만 수집하는 사 람들도 많아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배민도 다양한 잡지마다 그에 걸 맞은 키치 광고를 매달 하나씩, 3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광고는 외부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내부 구성원이 브랜드 컨셉을 내재화하는 훈련도구로서의 역할도 크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옥외 광고나 배민신춘문예, 배짱이 팬클럽과의 교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직원에게 ‘배민이라는

브랜드의 의 미를 체화시키는 내재화의 한 방편이다.

 

구성원들이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그림(one consistent picture)을 공유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구사 하는 기업의 시너지 효과는 그렇지 않은 기업과 비교해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