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수가 뭐예요.”
“그 뭐시기냐? 옛날 나무로 깎아 동네입구에 세워놓은 장승! 장승 비슷한 겁니다.”
“아! 네. 첨 들어봐요.”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 제주 올레길을 10개 구간 정도 걸으면서 등산과는 다른 걷는 것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올레길은 지리적 여건 상 자주 걷기가 어려워 그 대안으로 줄곧 마음에 두었던 지리산 둘레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정보를 찾아 전체 21개 코스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은 찾는다는 인월-금계구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리에서 출발하여 경상남도 함양군 금계마을까지 전체 약 20km 거리이며,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구분 짓는 등구재를 중심으로 천왕봉을 비롯하여 지리산 주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 얘기하며 천천히 걸으면 약 8시간 정도 걸린다고 둘레길 안내소 인월센터의 얼굴은 검게 탔지만 인상 좋게 생긴 아저씨가 알려준다. 갈림길마다 서 있는 벅수가 가리키는 대로 걸으면 된다고 한다. 안내소를 나오면서 ‘장승과 비슷한 벅수라고? 첨 듣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의심스런 표정으로 벅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했다. “마을 어귀나 다리 또는 길가에 수호신으로 세운 사람모양의 형상”이라고 나온다. 몰랐던 단어다. 잠시나마 의구심을 가졌던 마음에 사과했다.
센터에서 나와 약 400m 걸어 만난 인월교를 건너니 지리산 둘레길 인원-금계구간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지나가는 동네 분에게 부탁해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찌는 듯한 불볕더위에 에어컨을 달고 살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아침 바람이 제법 쌀랑하다. 마을 어귀에 줄지어 선 벚나무를 사이에 두고 걷기 시작했다. 마을을 벗어나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서니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고사리 밭이다. 양치식물인 고사리는 습기가 있는 그늘에 잘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숲이 우거진 산 어귀에는 어김없이 고사리 밭이 있다. 봄에 채취를 하고 억세진 고사리는 굽은 할머니 손 같다. 아마 내년 봄엔 또 아기 고사리 손으로 태어나겠지. 그리고 또 하나 특징은 호두나무다. 둘레길 자락에 들어 설 때까지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호두나무다. 우리나라 고사리와 호두는 지리산 자락에 키우고 있나 보다. 이파리가 다 떨어진 호두나무는 알차게 영걸은 열매를 꼭 붙들고 있다. 모진 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지킨 호두를 내려 놓고 긴 휴식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지리산 주봉들이 그려놓은 풍경들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는 사이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니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둘레길을 걷고와서 소감을 써보았는데... 마무리가 안되네요. 둘레길을 한번 더 걷고 와서 마무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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