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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오토바이

지리산 정령치 고개를 넘다 (1)

by bluesky0321 2001. 10. 23.


○ 일 시 : 2001. 10. 06 (토) 07:00 ~ 21:00
○ 코 스 : 창원 → 의령 → 마쌍 → 창촌 → 대원사 → 남원 → 노고단 → 구례 → 하동 → 진주 → 창원
○ 인 원 : 5명 (SHADOW750, TRANS ALP, VS125)
○ 주행거리 : 480km

초등학생 소풍가는 기분으로 새벽같이 출발한 투어길은 

10월의 가을바람을 가벼이 여긴 탓으로 연신 옷깃을 여미어야 했다.
아직까지는 뜨거운 한 낮의 햇살이 생각나 얇게 걸친 복장은 

새벽안개에 몸을 떨게 했다.


창원에서 서남쪽 교외로 빠지기 위해서는 마산시내를 꼭 관통하여 지나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만만찮다.
창원에서 마산으로 넘어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택한 길은 얼마전까지 한국중공업으로 불리웠던
두산중공업앞을 지나 봉암교를 건너가는 길이다.


왕복 4차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로 오토바이 대열조차 빠져나가기 여의치 않다.
이곳으로 이사온지도 어언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참으로 정이 들지 않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교통난이다. 

서울에서야 이정도의 체증은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지방에서 시계를 넘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야…. 

 지날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교통체증이 아무리 심하다 한들 

투어의 기분을 감할 수 있겠는가?
시내를 벗어나자 마자 나래를 편 바이크는 날개를 단다.
누른 들판사이로 나있는 한적한 지방도는 하얀 새벽안개로 덮혀있다. 

아침 8시를 지난 시각으로 이미 태양은
중천이나 들판 가득 내려앉은 새벽안개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를 타고 이런 새벽길을 달려본 적이 있는가?
차창을 덮치는 안개로 연신 와이퍼를 움직여야 하고, 

가끔은 깜짝깜짝 놀라 브레이크로 발을 옮기면서도 속도를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같은 것을 받으며 마냥 달리고만 싶어지는 기분!
자동차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도 오토바이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오토바이는 오토바이 만의 특유한 느낌이 있다.

자동차와는 달리 온 몸에 와닿는 싸아한 새벽안개에 내몸을 맡기고 

속도를 더하다 보면 스멀스멀 기어들어온
새벽공기에 온몸이 바짝 긴장하게 된다.
게다가 자주 시야를 흐리는 안개 때문에 

왼손을 와이퍼 대신 연신 윈드스크린을 훔쳐야 하는 불편함은 오히려
가을투어의 정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가슴팍에 물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것 조차 모른 채, 

오직 허공을 향해 달릴 때, 오직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달릴 때,

 마치 무아지경에 몰입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참을 제일 후미에서 머리를 하얗게 비우고 

앞바이크의 테일라이트만 보고 달렸더니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감이 오지않는다.
아마 내가 처음 지나는 길인 것 같다.


크게 원을 그리며 산모퉁이를 도는가 싶더니 

이제와는 다른 자연풍광이 펼쳐진다.
마치 경계를 그어 여기는 안개지역! 여기는 청정지역! 

이렇게 구분해 놓은 듯 환하게 개인 시야가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