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정검문소에서 상남까지는
451번 지방도로가 왕복 2차로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길 가장자리로 도열한 코스모스의 가날픈 환호를 받으며,
흩날리는 낙엽들사이로 가을이 깊어감을 만끽할 수 있다.
50여분을 아무생각없이
가을향기에 취해 달리다 보면 옛고향같이
정감어린 동네를 마주하게 된다.
지도를 보지 않아도 더문더문 붙어있는 간판에서 상남이란 걸 알 수 있다.
동네어귀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갈래길이 나오는데
상남초등학교를 좌로 둔 채
잠시 달리다 보면 그 유명한 미산계곡에 다다른다.
446번 지방도로는 미산계곡에서 비포장으로 이어지는데
비포장을 계속 달려 고개를 넘으면 "살둔"을 지나 "월둔"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현재 포장공사 중이라 차량통행이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나 오프로드용 오토바이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공사중인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발파작업으로 오토바이는커녕 사람이 걸어서도 넘어갈 수 없다고 한다.
이 고개를 넘어야 미리 연락해둔 "살둔산장"엘 가는데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 나오는 수밖에.
미산계곡의 곳곳에서 민물어종 보호구역이란 입간판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사람의 손길에 어지간히 몸살을 앓은 모양이다.
맑디맑은 계곡물이 토목공사로 인한 허연
부유물질 위로 흐르고 바닥의 바위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다.
자연의 훼손은 국토의 포장공사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다시 상남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약 30분 정도를 달리면 현리의 방대교를 만날 수 있다.
언젠가 인제에서 내려오면서 지나간 기억이 되살아 났다.
방대교를 지나 우측으로 접어들면
정말 한적한 시골길을 달린다는 기분이 든다.
내 가슴은 더욱 더 갈 길을 재촉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본격적인 오프로드의 투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윽고 방대교를 건너 방동약수터에 이르렀다.
약수의 질이 국내최고를 자랑한다는데 마음이 콩밭에 간 탓인지
약수의 참맛을 느낄 수 없었다.
방동약수터를 지나 시멘트 포장길이 잠시 이어지더니
본격적으로 오프로드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아침가리" "명지거리"를 지나는
453번의 지방도로로 일반차량은 근접할 수 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에 들어 선 것이다.
낙엽이 벌써 수북히 쌓인 산길을 4륜구동 짚차들이 헤집고 간 듯한
흔적을 여기저기 패인 구덩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이런 구덩이 및 주먹만한 바위조각들을 피해 가야하는 만큼
무거운 트랜스알프를 다루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오프로드 투어때마다
한두번씩은 넘어져 카울을 부수기도 했지만
큰 사고가 없음을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이번 투어에서도 아무 사고없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정상공략을 시작했다.
여느산의 오프로드코스는
시작의 오르막이 있으면 정상이 있고 그리고 내리막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마치게
마련인데 이번 "3둔4가리"는 전혀 다른 양상의 오프로드코스를 보여준다.
"산기슭의 평퍼짐한 땅"과
"계곡가의 살 만한 땅"을 뜻한다는 "둔"과 "가리"의 코스인지라
그리 높지도 않은 고개와 계곡을 따라가는 완만한
오프로드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지난 여름 물난리로 인해
토사가 쓸려 내려간 계곡을 건너는 것은 차라리 곡예에 가깝다.
그나마 물이 많이 빠진 관계로 공포는 덜했으나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널부러져 있는 미끄러운 자갈 및 바위덩이들이
자못 위협적이다.
결국 한 대의 트랜스알프에서 낙마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오프로드 투어에서 넘어지는 일이야 다반사로 있는 일!
누운 오토바이를 세우니 옆구리 카울에 추억으로
간직할 만한 상처가 또 하나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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