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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도서 감상

처절한 정원 (미셸 깽)

by bluesky0321 2016. 5. 24.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역사

그 역사의 폐해속에서 무엇이 정의인지

그 정의조차 모호해진 세태에 이 한권의 짧은 소설은

우리가 왜 친일과 잘못된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잘못된 과거는 현재를 멍들게 한다.

건국 60주년이라는 헤괴한 논리로 친일파를 정당화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말살하려는 이 정부,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부정하려는 자들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거부

스멀스멀 피어나는 518에 대한 전두환의 무책임한 발언

 

과거에 부역한 자들의 대대손손 금수저

독립에 앞장선 위인의 자자손손 흙수저

이 방정식이 정리되지 않는 한 역사의 정의는 없다.

 

과거 청산에 대한 논의로 정치권이 혼미하고

우리들의 정체성 마저 혼돈에 빠질 즈음 친구가 전해준

프랑스 소설가 미셸 깽의 '처절한 정원'은 그 정당성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국가들은

나치독일에 부역한 반인륜적 범죄 처벌에는 시효가 따로 없고

예외가 없다는 것이 변치 않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입장을 우리나라의 친일행위와 위안부 문제 등에 적용한다면

이 정권의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며,

군부독재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였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대로 선 이 땅의 역사를 상상해 본다.

 

 

1999년 10월 프랑스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모리스 파퐁의 재판으로 시끄러웠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모리스 파퐁은 자신이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였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그에 의해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역사학자 '마이클 슬리틴'이라는 사람에 의해

모리스 파퐁이 나치정권 당시 보르도 지역 치안 부책임자로 1942년에서

1944년까지 1,590명의 유대인을 체포하여 죽음의 아우슈비츠로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설은 이 모리스 파퐁의 재판장에서 시작된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어릿광대 분장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 했던 주인공

아버지의 사촌동생인 삼촌, 그리고 숙모 니콜

모두 맘에 드는 구석이 없는 식구들과 유년시절을 보낸다.

 

어릿광대 짓을 하는 아버지가 싫어 고아인 누가 원하기만 한다면

아버지를 줘버리고 싶다고 느끼는 주인공

그러나 떄가 되어 삼촌으로 부터 아버지와 삼촌의 삶의 역경을 듣고선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음을 깨닿게 된다.

 

주인공은 아저지가 왜 어릿광대로 살아갔는지~

그는 왜 모리스 파퐁의 재판에 어릿광대 분장으로 가야했는지~

짧은 이 소설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며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나도 주인공의 누나처럼 화장한 속눈썹을 버리지 않고

우아하게 눈물을 쏟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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