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를 찾았다.
주산지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수년 째 가슴 속에서 싹이 트는데
올해는 왠지 그 욕망의 크기가 더 했다.
다소 이르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벚꽃잎이 카퍼레이드 색종이 처럼 온거리를 수 놓고
꽃잎 떨어진 자리에 연두빛 이파리가 나오는 지금이 주산지를 찾을 적기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급해졌다.
2006년 6월 초
처음 찾은 주산지가 내 맘에 심어 논 환상은 대단했다.
매년 연두빛 이파리들이 나올 이 시기엔
주산지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산 중턱에 자리한 연못의 고요한 물결위에 비친
산과 나무와 구름과 하늘이 어울어진 한 폭의 그림은
유명작가의 데칼코마니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초록이 짙어지는 버드나무의 옅은 이파리의 신선함과
고목에서 풍기는 연륜은
생과 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이미지로 각인된 주산지가
봄 철 이맘때면 가슴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왕복 5백여km에 달하는 물리적 거리 탓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룬 것이 햇수로 8년 만에 찾은 것이다.
맘이 급해 일찍 찾은 주산지는
남녘의 그것과는 달리 아직 파릇한 새순이 그다지 많이 돋지 않았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각종 봄꽃의 개화가 빠르다는
소식을 매스컴으로 접했으나
주산지의 새순은 계절의 성급함을 모르는 모양이다.
또한 봄철의 미운바람이 주산지 방문 내낸
불어대는 바람에 잔 물결이 연신 일어 과거에 보았는던
파란하늘과 파란 산이 주산지 수면에 비춰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주산지는 1720년에 만들어진 이후
아무리 가물어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주차장에서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주산지의 풍광
마침 앞에 진달래가 있어 매마른 가지의 서운함을 달래준다.
물결이 자면 하늘과 산과 나무들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장관인데
이날은 봄 바람이 연신 불어 물결 잘 시간이 없다.
아쉬운 마음을 2006년 6월 2일 찍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이 모습을 촬영한 후 주산지의 모습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나무 이파리들이 나오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겠지
마음이 급해 이른 방문이었지만
다시 한번 찾길 기대한다.
2006년에는 이런 펜스는 없었는데
연못가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왕버들의 훼손이
심해 보호막을 친 모양이다.
물 속의 왕버들이 막 새순을 틔우고 있다.
펜스로 막혀 연못가로 내려가지 못하니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물속에 잠긴 왕버들나무를 소재로 많은
사진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했는데
근처에 가지 못하니 예전과 같은 구도는 잡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서 2006년의 사진을 하나 더 감상하시라
물가로 그닐며 수면근처에서 찍은 것인데
책상에 붙여놓고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는 사진이다.
지금은 수량이 많아 왕버들의 밑둥이 드러나지
않지만 여름이면 수면이 많이 내려간다.
그땐 이렇게 버들의 밑둥이 옷르 벗는다.
지금은 이렇게 물속에 잠겨있다.
고사목처럼 보이는 나무에서도
봄이 되니 생명이 싹트기 시작한다.
계절 좋은 때
작가들은 맘 속의 열정을 캔버스에 담는다.
다만 부러울 따름이다.
싸늘한 날씨지만 나와 같은 마음일까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아무리 쳐다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연두빛이 좀 더 짙어지면 꼭 또 찾으리라
경치의 아쉬움을 안내판의
주산지 사계절 사진에서 찾는다.
주산지를 내려오자 주변은 지천으로
복사꽃 천지다.
온 들판을 분홍으로 물들이는 복숭아 꽃은
이맘때를 놓치면 감상하기 힘들다.
복사꽃보다 오히려 민들레에 눈길이 간다.
어느 꽃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리오.
무리지어 피는 모든 것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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