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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퀵서비스의 세계를 아시나요? (도로위의 공포체험)

by bluesky0321 2001. 11. 1.

혹시 퀵서비스의 세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퀵서비스는 참 성가신 존재입니다.
오토바이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만드는 주 원인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퀵서비스는 우리생활 속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기 키보다 더 많은 짐을 위태롭게 싣고 가는 운전자를 보고,
그 사람의 생활속으로 들어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IMF 직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가장 손쉬운 생활수단으로 찾는 것이 퀵서비스이었습니다.
이 글은 이렇게 퀵서비스업에 뛰어든 어느 젊은이를 월간지의 기자가 손수 오토바이 뒤에 타고
하루동안 체험한 글입니다. (월간조선인지 중앙인지 동아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오토바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려 봅니다.


도로 위의 공포체험

필자는 안전모도 없이 라이더 (퀵서비스 업계에서는 오토바이 배달 원들을 이렇게 부른다) 洪起楠(홍기남·27)씨의 오토바이 짐받이 위 에 올라탔다. 洪씨는 필자를 태우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된 노란색 짐받이를 납작하게 접어야 했다.

라이더들의 日常(일상)을 체험하려면 라이더가 되든가 짐짝이 되든 가의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했다. 오토바이를 몰 줄 모 르는 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울 중구 명동의 (주)퀵서비스 本社(본사) 앞에서 출발한 오토바이는 비탈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필자는 손잡이를 꽉 쥐었다. 묶어두지 않은 짐짝처럼 길바닥에 떨어 질까 두려워서였다. 필자의 불안을 눈치챈 洪씨는 『특별히 안전하 게 몰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洪씨의 오토바이는 대림 혼다 「VF 125cc」로 올해 5월에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차가 많아 그다지 속도를 내진 않았지만 맨몸으로 차와 차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버스의 몸체에 무릎이 닿을 것만 같았다. 洪씨는 停滯(정체)된 도로에서도 차와 차 사이를 교묘하게 누비며 앞으로 나아갔다. 洪씨는 필자의 안전을 위 해 단골 오토바이 가게에 들러 헬멧을 빌렸다. 비로소 빨간 안전모 를 쓰게 된 필자는 한결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高架道路(고가도로) 가장자리를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릴 때는 다시 불안해졌다. 사방의 차들과 덩치 큰 버스들이 경적을 울릴 때는 심장 박동이 더욱 빨라 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회사의 라이더들이 차들과 뒤섞여 달리 고 있었다. 그들은 洪씨보다 더 빠르고 위험하게 달리는 것 같았다. 때로는 차 사이사이를 통과하는 라이더들 사이에도 불꽃튀는 競爭 (경쟁)이 일어났다. 도로 역시 치열한 生存의 場이었다.
(주)퀵서비스의 임항신 사장의 말에 따르면 퀵서비스 업계에 종사하 는 인구는 대략 1만명 가량(거의 전부가 오토바이 배달부)으로 추산 된다고 한다. 시장규모는 연(年)매출액 1천2백억원대. 업체만도 5백 개에서 6백개 정도 된다고 한다.

경찰도 잡지 못하는 라이더를 취재 목적으로 장시간 잡아둔다는 것 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들 중에서 많은 수입을 올리기로 유 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휴일도 없이 일하고 아침 8시부터 밤늦게까 지 일하는데다 식사시간마저 일정하지 않아, 시간을 뺏는 일은 직접 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일이 된다. 그래서인지 라이더들 사이에서 有名한 사람들에게 줄줄이 연락을 취해 보았지만 나이 40이 넘은 고 참들은 어느 누구도 취재에 응해주려 하지 않았다.

(주)퀵서비스의 관리부장 朴宰成(박재성·43)씨는 취재에 응해줄 만 한 사람으로 洪起楠씨를 추천해주었다. 洪씨는 業界(업계)에서 일 잘하고 성실하며, 對人관계가 원만한 라이더로 소문이 난 모양이었 다. 洪씨 자신도 『난 총각이니까, 가정을 가진 사람들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진 않아요』 한다. 일의 성격상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알 수 없으므로 일정한 시간을 끊어서 할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洪씨는 퀵서비스 일을 하게 된 지 1년 2개월 가량 되었다. 이 바닥 에서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중간 경력자 급이다. 아침 8시 무렵부터 일을 시작해서 밤 8시 정도까지 약 12시간을 근무한다. 그가 한달 동안 벌어들이는 돈은 3백만원에 육박한다. 물론 그에 미치지 못하 는 달도 있지만, 잘 될 때에는 4백만원 이상 번 적도 있다. 洪씨는 「총매출」과 「순수익」으로 구별해서 자신의 수입을 설명했다. 洪 씨는 기름값과 會費(회비·매달 회사에 내는 돈), 오토바이 정비에 드는 비용, 핸드폰 요금과 食費(식비) 등을 빼면 순수익은 1백50만 원 가량 된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그가 매월 저축하는 돈의 액수는 1백만원 가량 된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은 10만원을 상회하는데, 고참들의 경우에는 하루에 18만원에서 20만원까지 버는 이도 있다 고 했다.

현재 (주)퀵서비스가 굴리는 오토바이는 2백여 대이며, 퀵서비스 전 산망에 입력된 거래업체는 6만 군데에 달한다. 삼성·대우그룹 등 1 백여개 기업들은 아예 월 계약을 맺고 있다. 라이더의 40% 가량이 40만원씩 월 회비를 내며, 나머지 60%는 수익금을 本社와 2대 8(자 기 몫)로 나누어 가진다.

** 다음글 :가장 먼저 『무전 날리기』 경쟁


(사진제공 모터패션)

1. 서울 퇴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
2. 소화물을 배달하는 퀵서비스의 전형적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