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란
별칭이 있는 아름다운 남쪽마을 "통영"
예전의 기억으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뜻의 "충무"란
지명으로 불렸던 곳이다.
멀리서 온 귀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지로
통영을 정한 건 멀리 남쪽바다에서 퍼지는 동백의 향기와
마음 속에 벌써 자리잡은 봄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일까
기온은 15~17도 이상을 오르내리고
바람은 엘사가 강원도에서 눈과 함께 붙잡고 있는 덕에
춘삼월의 어느 봄 날인 듯 착각에 빠져
무거운 겨울 외투를 늘상 벗어 들고 다녀야 했다.
해마다 한 두번은 다녀오게 되는
통영, 거제, 여수 등의 남쪽바다는 언제 찾아가도 마음의 위안과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힐링을 얻게 된다.
남쪽의 바다로 가는 도로 변은
가로수로 식재된 동백나무에서 붉다 못해 검붉은 동백꽃이
노란 수술을 가슴에 안은 채 불어오는 해풍에 후두둑 떨어져
길 가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고성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20여 분 달리다 보면
점점 바다의 짠 소금냄새가 짙어질 즈음 통영 강구항에 다다른다.
강구항을 왼쪽으로 끼고 여객터미널이 자리잡고
2차선 도로를 건너면 통영의 명물 "꿀빵"과
수산물, 건어물, 활어를 만날 수 있는 중앙시장과 만난다.
시장을 눈요기 하며
걷다보면 중앙시장 동쪽으로 하얀 언덕에 다닥다닥 모여 있는
언덕에 자리잡은 마을이 보인다.
이름하여 동피랑 마을이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벼랑이란 뜻이란다.
이 판자촌 같이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은 강구항이 한 눈에
보이는 명소인 만큼 통영시에서는 오래된 집들을 허물고
"동포루"라 누각을 짓고자 했다.
이에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힘을 합쳐
문화예술촌으로 동피랑 마을을 보존하기로 하고
마을의 회색 벽에 형형색색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에서도 이런 주민들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정상부분의 몇 채의 집 만 허물어 작은 누각 "도포루"를 짓고
나머지 동피랑 마을은 보호하기로 했다.
이것이 오늘날 통영의 관광명소가 된 "동피랑 마을"이다.
우리의 역사는 헌 것을 허물고 새 것을 세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깨끗이 정비된 마을이 보기 좋고 살기 편할진 모르나
인간의 삶에 담긴 희노애락이 함께 사라져 삭막한 도시가 되기 쉬운데
"동피랑"은 개발 지상주의를 거부하고 주민들의 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창조경제의 본보기라 하겠다
중앙시장에서 올라가면 처음 마주치는
동피랑 벽화
강구항 중앙시장 골목의 나폴리 모텔에서
동피랑 마을로 올라오는 길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마을에 올라서면 따뜻한 햇볕을 한 몸에 받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바라보는 바다는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삶의 애증을 살포시 녹인다.
중앙시장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도로옆 축대에도 멋진 벽화가 눈길을 끈다
박순주라는 작가는
가난한 이의 일상에 풍요로움을 가꾸어 주었다
시골동네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낙서
사랑하는 연인이 이름과 이름사이에 그려 놓은
하트도 원래 제자리인 듯 어울린다.
이런 곳엔 꼭
이렇게 살며시 미소 짓게 하는 것이 있다.
"몽마르다 언덕"
일순 프랑스 몽마르뜨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어머니란 단어에서는 눈물이 묻어난다.
이 가파른 언덕을 매일 같이 오르내렸을 많은 우리들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작은 마을이지만
구석구석 카페, 스카이란운지 등 쉼터를 마련했다
크지는 않지만 아늑하다.
따사로운 햇살과 바닷바람을 하루종일 쐬어도
시리지 않을 풍경이 있다
계량기가 새로운 변신을 했다.
동피랑에서만 볼 수 있는 변신이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이것이 동포루다.
애초엔 마을을 전체 허물고 큰 누각을 짓고 이 부근을
관광지로 개발할 요량이었다.
개발지상주에 물든 관료들이 항상 들고 나오는 카드이다.
그러나 동피랑을 살린 것은 국가주도의 개발이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는 옛 것의 복원이었다.
동피랑 언덕에서 바라본
통영의 강구항이다.
멀리 미륵도의 미륵산이 보인다.
미륵산에는 몇 년전 케이블카가 놓여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동피랑을 만끽 한 후 미륵산에 올라 볼 참이다.
미륵산으로 오르는 케이블 카이다.
기억으로는 2008년 정도에 개통을 한 것 같다.
처음 공사를 강행할 땐
개발을 주장하는 측과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단체의
논쟁이 매우 심했다.
그러나 결국 케이블카가 건설되고 통영은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여기에 자극받은 각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케이블카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밀양의 천황산에도 케이블카가 놓였다.
지리산에도 케이블카를 건설한단다.
개발의 당위성과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각 측의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분별한
개발에는 반대하는 바이다.
미륵산 케이블카만 하더라도 좁은 미륵산 정상으로
시간당 1천명의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사람들의 그저 정상에서 나무데크를 따라 한바퀴 돌고
바다를 조망한 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고 내려온다
계산해 보면 지자체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리겠지만 그 반대급부로 돌아오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이 땅에 잠시 왔다가는 사람들이
후세에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요금은 왕복 9천원이다
(초등학생 이하는 5천원)
케이블카 케이블의 길이는 1,975m
사람이 타는 캐빈은 47개이며, 1개는 화믈용으로 모두 48개이다.
수송능력은 시간 당 1천명으로 캐빈 하나에는 8명이 탈 수 있다.
정상까지 운행시간은 약 10분이다.
미륵산 정상 이정표
높이는 461m이다
멀리서 단체로 온 학생들이 단체 촬영하는 모습을 담았다
(초상권 죄송)
미륵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바라 본 모습
중간의 낮은 산 속에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산소가 있다.
그 옆에 박경리 문학관이 건설 중에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나무계단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멀리 여러 레이어로 겹친 섬들은
멀리 안개 속으로 소진한다.
정상 바로 아래
넓은 데크는 널부려져 쉬기에 좋게 해 두었다
바다와 섬은 끝없이 이어져 시야 끝에서 멀어지고
소진하는 섬들과 함께 마음 속의 시름도 함께 소진된다.
통영에서의 짧은 여행은
스마트 폰의 사진과 마음속에 새겨진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동피랑에서의 따사로운 햇살
중앙시장의 활기찬 모습
검은 깨가 알알이 뿌려진 꿀빵
미륵산에서 불어오는 남풍
섬들과 섬들이 이어진 통영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전승의 기록을 증명해 줄
거북선의 잔재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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