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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도서 감상

파지에 시를 쓰다 - 정세훈 산문집

by bluesky0321 2020. 11. 19.

한 사람의 인생이 삶이 고스라니 녹아있는 인생록이다.

처음 접하는 정세훈이란 시인

노동자라 불리는 노동시인

 

50~60년대에 태어난 사람치고

금수저를 물고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변에 노동자 또는 근로자로 불리며 회사라는 굴레에 근무하는

소시민들은 대부분 끼니걱정을 하는 보릿고개시절에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랬기에 정세훈 시인의 삶에 애환이 녹아있는

산문집을 펴드는 순간 동질감을 느꼈다.

이 시대의 고난과 아픔을 함께한 같은 노동자의 입장이기에

 

마침 전태일열사가 불멸의 불꽃으로 산화한지

50주년이 되는 해

그가 떠난 11월에 정세훈 시인의 산문을 만나

무한경쟁의 신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으로써의 최소한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이 시대 노동자들을 위해

그의 시는 위로가 되고 

투쟁현장의 노래가 되었다.

 

정세훈 시인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시를 먼저 접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여!!

 

너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자본에 혹사당한 이 땅의 노동자 

자본과 정권과 관료의 결탁으로 

바다에 수장된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장, 특근, 휴일 노동 수난을 당하듯 

너도 어찌할 수가 없었구나

 

20년이 한계였던 너의 노동력은 

자본과 정권 관료에 의해 

30년으로 늘어나는 수난을 당했지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증축이라는 수난을 당했지

 

택배 특수고용 노동자가 

할당량을 무리하게 배정받듯 

네 몸에 과적된 화물들

 

네가 감당해야 할 짐은 

너무나 무겁고 버거웠다.

 

병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때에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듯 

고장 난 너의 부품들 또한 

제때에 제대로 정비를 받지 못했다.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계비마저 착취당하듯 

노쇠한 네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평형수마저 착취당했다.

 

이 땅의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소불위의 자본에 착취당하면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노동을 팔다

병들어 죽어가듯 

침몰된 세월호여! 

떠안은 짐 힘이 부쳐 

사랑하는 꽃다운 어린 생명들 

가슴에 품고 

바다에 수장된 세월호여!!

 

너는 

바다에 수장된 비정규직 노동자!

 

다시, 떠올라라 

분노하듯 떠오르고 

떠오르듯 분노하라 

푸른 새벽바다 파도 헤치고 

새날을 여는 붉디붉은 태양처럼 

새 세상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