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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잡동사니

향수 (정지용)

by bluesky0321 2015. 1. 14.

 

향 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사진은 구글이미지에서

 

 

 

정지용 시인은

1933 8월 결성된 순수문학 문인모임인 구인회(九人會) 창립멤버이다.

 

구인회 멤버였던

이상이 요양을 위해 머물렀던 시골생활의 답답함에 대해 노래했다면

 반면 정지용은 시골생활의 서정적인 풍경을 노래했다.

 

 

참고로 구인회 멤버를 살펴보면

 

초기멤버 : 이종명 / 김유영 / 이효석 / 이무영 / 유치진 / 이태준 / 조용만 / 김기림 / 정지용 (9명)

중도탈퇴 : 이종명 / 김유영 / 이효석 / 유치진 / 조용만 (5명)

신규가입 : 박태원 / 이   상 / 박팔양 / 김유정 / 김환태 (5명)

 

9구인회는 중도에 탈퇴와 가입이 이어져 이름에 걸맞게 멤버는 9명으로 운영되다가

1935년 동인간의 문학성향 등의 차이로 해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