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선생께서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든든한 존재이며,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오를 때는 천근 짐을 진 것 같지만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 설 땐 발을 드는 것 만으로도
몸이 무너져 내리듯 가볍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善은 산을 오를 때와 같이 어렵고
악惡은 산을 내려올 때처럼 빠지기 쉬운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산을 타는 것은 산을 정복한다기 보다 산을 오름에 선을 다짐하고
산을 내림에 악을 경계함이 아닌가 그저 생각해 봅니다.
딱 1년 만에 다시 찾은 홍성 용봉산은
1년 전의 황홀했던 추억을 그대로 간직했다 펼쳐 보이는 듯합니다.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중국의 봉황산을 보며
"손바닥에 손가락을 세운 듯, 연꽃이 반쯤 피어난 듯, 하늘 끝 여름 구름인 듯,
빼어난 산봉우리를 도끼로 깎아 놓은 듯 무어라 형용키 어렵다" 라고 했습니다.
아마 연암은 용봉산을 보지 못하고 이 말을 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용봉산은 매력적입니다.
용봉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세심온천으로 내려오는
산행의 코스를 따라 가 봅니다.
용봉초등학교를 지나자마자
추수한 콩의 깍지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사진을 찍으니 쑥스러우신 듯한 표정을 잠시 지으시곤
이내 아래와 같은 포즈를 취하십니다.
표정이 참 밝았습니다.
지나다 "이게 뭐지"하며 누군가 물었습니다.
"수수"라는 대답이 이어 들렸습니다.
요즘 초딩은 쌀나무라고도 한다는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봉산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381미터입니다.
산꼭대기 올라서도 아래 보이는 들판이며, 농로가 이정도 높이로 다 보입니다.
산이 들이며, 들이 산인 셈입니다.
덜 걷힌 안개 속에 가을 빛이 깊어 그윽하고 아늑합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멀리 펼쳐진
능선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나타납니다.
여기저기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심심치 않게 누가 올려다 놓은 기암들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누군가는 내가 올려놓았다는 등 실없는 소리를 합니다만
그 소리도 산 중에선 허허롭게 흘립니다.
마치 갖가지 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작은 전시장 같습니다.
아마 금강산의 만물상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누가 본 사람? 알려주세요!
이런 걸 연암은 못 봤겠죠?
이걸 보면 뭐라고 그럴까 궁금해집니다.
마치 사람도 바위인 냥 조화롭네요!
이런 바위속에는 무언가 전설이 숨어 있을 법한데.....
동네 어르신을 모시고 산행을 하면 여러 얘기가 나올 듯 합니다.
오손바위라고 합니다.
1년전에 지나쳐서 보지 못했는데 참 기이롭죠?
이 바위에선 꼭 이렇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네요^^
그래서 굳이 올라가서 찍었음.
사람이 올라가니 바위의 크기가 실감나네요...
연인과 걷고 싶은 가을길!
분위기가 어떤가요?
산악회 창립 1주년 기념 샴페인 세레모니!
하도 세게 흔들어 뚜껑이 사라졌음!
무엇보다 산우님의 색소폰 연주!
서해 바다의 저녁!
색소폰 소리에 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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