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은
시인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했다.
원래 있던 것 중에서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라 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은 시인인 것이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사랑에 눈뜨고
신대륙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실에 감탄할 때 누구나 시인이다.
특히 안도현 시인은
크고 높고 거대한 것 보다
낮고 나즈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시인은 얘기하고자 한다.
이 책을 아침마다 조금씩 읽으면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해 가는 재미를 맛보았다.
시인이 눈으로 보는 세상이 이렇게 따스하고 포근하고 정겹구나
메마른 세상을 이렇게 촉촉히 적혀주는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책은 5개의 단락으로
생활과 사람과 기억과 맛, 그리고 숨의 발견에 대해 얘기한다.
작고 사소하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안도현의 발견!
목차는
1. 생활의 발견
2. 기억의 발견
3. 사람의 발견
4. 맛의 발견
5. 숨의 발견
5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있다.
안도현 시인의 약력
소소한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앞에 말했듯이 시인이라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이 시인이 듯 누구나 느끼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아하~ 하고 무릅을 칠 일이 많아졌다.
나무를 패면
나무는 장작이 되고
장작은 불꽃이 되고
불꽃은 혀가 되고
혀는 뜨거움이 되고
뜨거움은 애욕이 되고
애욕은 고독이 되리라
나는 고독하게 장작을 패다가 가리라는 말에
나도 그리 하고 싶다.
매미가 벗어놓고 간 허물
우리를 낳은 어머니의 자궁이 그럴 것이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소나기라도 한번 내리면
우후죽순처럼 나무 둥지아래에는 매미 허물들이 흩어져 있다.
그 허물을 빠져나간 매미를 찾기에 바빴지만
정작 그 허물에 정을 두진 않았듯이
우리가 빠져나온 자리인 자궁의 이미지를 떠 올려 본 적이 없다.
갑자기 그 속은 어떨지 들어가 보고 싶다.
계절은 어김없이 되돌아 온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고 봄은 여름이 오길 기다린다.
여름인가 했더니 가을 문턱을 넘어 겨울의 중심에 섰다.
계절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오감을 곧추세워 계절의 변화를 잡아보자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지명에서 오는 느낌은 강열하다.
내고향은 항상 둥근 달이 떠 있을 것 같은 팔공산 언저리다.
족제비가 날아다니는 까치 잡는 법을 소개한
청장관 이덕무의 글은 재치가 있다.
하이쿠를 처음 발견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시가인 모양이다.
5-7-5자의 글자수를 맞춘 짧은 시이며,
반드시 계절을 의미하는 단어를 넣어야 하는 것이 재미있다.
마쯔오 바쇼의 하이쿠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오랜된 연못이여, 개구리 뛰어든 물소리"
간노 다다토모의 하이쿠
"이 숯도 한 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겟지"
봄날의 들판이 푸르게 물드는 것은
작은 풀잎 하나하나가 어깨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들이, 하찮은 것들이, 별 볼일 없는 것들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자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날마다 이런 기도를 하고 싶다.
사람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약자에게 관심가지는 사회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사회
새해기도
이 글도 자주 접하면서 좁아지는 마음을 열고싶다
귀를 멸면 많은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귀로 만 듣는 게 아니다.
맘으로 듣는다.
맘을 열면 모든 소리가 들린다.
추운 날 땅 속에서 겨우잠을 자는 매미의 숨소리!
깊은 잠은 7년간 이어진다.
어릴 적 추억부터 엊그제 생경한 풍경까지
기억 속에서 잠자는 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해가는 재미
산수유가 유난히 흐드러지게 피는
구례에 들럴 때는 잊지말고 운주루를 찾을 것이다.
어려운 시절 남의 아픔을 새길 줄 알았던 한 선비의
고고한 정신이 담겼으니~
전국의 모든 산은 둘레길, 무슨길 하며
없는 길을 일부러 파헤져 오히려 볼쌍사나운 곳이 많다.
토끼비리는 선조들의 정취가 남아있는 옛길이다.
일부러 한번 찾아 볼 요량이다.
제주도 올레길
한라산 눈꽃산행
철마다 제주를 찾지만 곶자왈은 지나쳤다.
제주의 아픔 역사가 서린 곳
'지슬' 영화로 먹먹해진 가슴을 곶자왈에서 씻고 싶다.
대구 달성공원은 어릴 적 나에게는 유별난 곳이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공원입구의 거인이 사뭇 위협적이었다.
공원 내 이상화 시인의 시비를 찾아 봐야 겠다.
집강소는
동학혁명의 계기로 설치하게 된
최초의 민관합동자치기구이다.
이 장은 그냥 넘어가려 했다.
4월 16일
기억에서 꺼내기 싫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잊혀질까?
아직도 9명이 세월호와 함꼐 물속에 잠겨있다.
그러고도 위정자들은 발을 뻗고 자고 있다.
우리에게 고등학생이란 이런 존재들이다.
나라의 운명을 바꾼
사대주의의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개선은 커녕
오히려 오늘날 더 계승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들.
숟가락에 대한 추억보다
반짝이는 햇살이 놋숟가락에서 튕겨 나와 내 눈썹사이를
만지는 것 같다는 표현은 죽었다 깨나도 못 쓸 것 같다.
사람이 그립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할 수 밖에
서울대 다닐 필요없다.
서울대 다닌 놈들이 더 아첨꾼이 된다.
선생은 우리말 하나하나를 명주수건으로 닦아
미천한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분이다.
몽실언니와 강아지똥 이란 동화집이
각각 100만부 이상 팔려
매년 인세만 1억 넘게 들어와 어린이 돕기에 쓰인다.
내 그대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즐거운 편지를 한번쯤은
읖조렸을 것이다.
제주의 아들, 제주의 화가
팽나무 화가
조운의 빼어난 시
석류를 읽어보자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황재형은 3년간을 직접 탄광촌에서
일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맛의 발견
이제 입맛을 돋울때다
우거지는 무청
시래기는 배추잎으로 알고 있던 나는
또 다른 발견을 했다.
무나 배추나 모두 시래기라고 한다는 것을~
곯은 달걀이란 뜻의
부화하다 죽은 달걀을 안주로 하는 때가 있었다.
피지 못한 목숨에 대한 애처로움으로 이정록 시인의 시가 있다.
부검뿐인 생
http://blog.daum.net/rosesense/13756790
나무 얘기도 나오고, 꽃 얘기도 나오길래
숲의 발견인 줄 알았다.
책을 다 읽기까지...
나무에 대해서는
강판권선생의 나무열전이 생각난다.
나무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한자와 나무와의
관계를 해석했다.
은행나무의 새로운 발견
은행나무는 1과 1속 1종 만 있다고 한다.
즉 친척이 없다는 뜻이지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나무이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굴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가 그것이다.
금강송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우선 울진으로 가야할 것 같다.
예약은 필수
김유정의 동백꽃
어릴 적은 동백이 붉든 노랗든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소설에서 내가 점순이와 뒹굴었던 때는
빨간 동백이 피는 겨울이 아니라
노란 생강꽃이 피는 이른 봄이었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생강꽃임을 이제서야 알았다.
연꽃을 만나려면
조금은 섭섭하게 만나야 한다.
그러나 아조 섭섭하게는 말고
좀 섭섭한 듯 만하게~
몰래한 사랑에 무화과 얘기가 나온다.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그 얘기 속에 좀벌 수컷의 피지 못한 사랑얘기가 있을 줄이야....
책을 손에 놓을 때는 마음이 한층 풍요로워진 듯하다.
책을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볼 일이다.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새롭게 발견할 필요가 있다.
안도현 시인의 좋은 작품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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