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주 올레길 5개 코스를 걷기위해 열흘간 제주를 여행할 때 매일 올레길만 걷기에는 뭔가 아쉬워 제주 관광지에서 잘 알려진 사려니 숲길과 비자림에 꼭 가보고 싶었다. 마침 사려니 숲길에 가려고 길을 나서니 사락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한동안 제주에서 눈구경을 하지 못했는데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사려니 숲길은 남조로 숲길입구에서 물찻오름 입구까지 5.2km, 물찻오름에서 비자림로 숲길까지 약 4.8km, 그리고 절물자연휴양림 입구까지 2.5km, 마지막으로 한라생태숲까지 6.6.km로 총 19.1km가 조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사려니숲길 주차장에서 비자림로 입구까지 걸어보았다. 약 한시간에 걸쳐 천천히 눈을 맞으며 걷는 사려니 숲길은 한적하고 고요하고 적막하면서 겨울풍경이 선사하는 고독과 낭만과 여유로움을 지나가는 사슴과 날아가는 새들과 함께 즐겼다.
입장료 등 별도의 절차없이 그냥 통과할 수 있는 사려니 숲길 탐방안내소이다.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 숲길” 시비
어제도 사막 모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 다섯배 열배나 큰 나무들이
몇시간씩 우리를 가려주는 길
종처럼 생긴 떼죽나무 꽃들이
오리 십리 줄지어 서서
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울리는 길
이제 그만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산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하기 어려운 날
마음도 건천이 된 지오래인 날
쏟아진 빗줄기가 순식간에 천마천 같은 개울을 이루고
우리도 환호작약하며 물줄기를 따라가는 길
나ㅗ 그대도 단풍 드는날 오리라는 걸
받아들이게 하는 가을 서어나무 길
길을 끊어놓는 폭설이
오늘 하루의 속도를 늦추게 해준 걸
고맙게 받아들인 삼나무 숲길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라산 중산간
신역으로 뻗어 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
조금만 옮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내용이 좋아 모두 다 쓰게 되었네요
조릿대 숲길을 걸을 때 사각거리는 눈밟는 소리과 대숲이 바람에 우는 샤샤샤 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초가집 뒷산에서 바람에 쓰치는 대숲의 울음소리가 생각난다
도종한의 시에서는 몇시간씩 우리를 가려주는 길이라고 했는데 겨울의 사려니 숲길은 그렇지는 못하지만 숲길의 속살을 보여줌으로써 제 역할을 다한다
간간히 숲길 관리를 하는 전동차들이 지나가 자욱을 남긴다
사람과 새들과 함께 걷는 사려니 숲길
많은 눈은 아니지만 제주에서 처음 밟는 눈이라 감상에 젖어 영상을 남긴다
이제 비자림을 찾아볼 차례
비자림은 1993년 8월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입장료 3천원 (어린이 1500원)이 있다. 약 13만5천평정도의 면적에 약 500년에서 800년 된 비자나무 2,570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단순림으로서는 세계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나무의 높이는 최고 14미터에 달하며, 나무의 지름은 1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비자나무의 열매는 예로부터 구충제로 많이 쓰였으며, 음식이나 제사상에도 오르기도 했다는데 씨에는 지방성분이 있어 기름으로 짜서 기관지 천식이나 장기능 장애가 있을 때 사용하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나무의 재질은 매우 치밀하고 단단하여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나무의 표면은 마른상태에서도 만져보면 약간의 쿠션이 느껴질 정도로 말랑말랑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씨앗을 싸고 있는 껍질은 향기가 매우 좋아 화장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비자나무에 대한 설명
비자림에서 숲해설가로 봉사하시는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닌 덕분에 모두에서 언급한 내용들의 지식을 알 수 있었다
비자나무들이 반겨주는 입구에서부터 비자향이 느껴지는 듯하다
비자나무의 나이테를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는데 지금까지 본 어떠한 나무보다 나이테가 조밀하고 치밀하게 보였다. 그만큼 나무가 단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 100여년 전애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나무라해서 귀하게 여기는 나무라고 한다
세천년 비자나무로 수령 800년, 높이 15미터, 둘레 6미터, 나무 폭이 15미터에 이루는 거목으로 제주에서 21세기 제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선정한 나무이다
800년을 이어온 고목의 위용, 나무에 붙어있는 식물들과 함께 공생하는 새천년 비자나무
지난 1월 다녀온 사려니 숲길과 비지림에 대해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기록용으로 정리해둔다. TMI로 비자림을 찾을 땐 여름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숲이라고 하니까 여름에는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 선선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비자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비자림은 매우 습하며, 한라산에 막혀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으므로 여름철에서는 찜통에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한다. 따라서 비자림은 여름에는 피하고 봄, 가을이 좋다는 정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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