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영롱하던 이슬이 어느덧 차디찬 서릿발에 밀릴 때 깊다 못한 가을은 겨울로 이름을 바꾼다.
가을걷이가 끝난 가을 들판을 달려 보았는가?
콤바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볏짚들이 늘려있고 한 켠에 쌓여있는 노적가리가 뿌연 안개속에 하나하나 껍
질을 벗 듯 시야에 나타나선 사라지고, 나타나선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주변 정취에 만 정신이 팔려선 안된다. 희미한 안개속엔 복병이 숨어 있다.
바쁜 농사일로 마무리하지 못한 농기계들이며 농작물들이 국도의 한 차로를 다 차지하고 앉아 있을 때
도 있다. 정말 섬찟하다.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여 안개가 걷히면 잠시 일손을 쉰 농군들이 탈곡한 벼를 말리기 위해 국도변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여름 내내 정성어린 손길로 돌 본, 자식 같은 낟알을 한 톨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음에 때 맞춰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적당한 수분함유량을 맞춘다.
이제 곧 있을 추곡수매를 생각하며 목돈을 손에 쥘 꿈에 부푼다.
생각하면 참으로 정겹고 아름답지 않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한가 보다.
추곡수매가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농민들이 데모하는 모습을 낯설지 않게 본 터라….
마음이 무겁다.
지난 주 합천 해인사를 다녀 온 얘길하려는데 갑자기 얘기가 빗나가려 한다.
합천 해인사는 순천 송광사와 양산의 통도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의 하나라는 얘기는 누구나
아는 얘기지….
합천읍에서 해인사로 들어가면 낙엽수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황홀한 길을 만나게 된다.
봄에는 벗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가을에 빨간 낙엽이 운치있다.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우려니 어디선가 달려와 소매를 붙잡는 이가 있다.
옆 상가 식당의 호객꾼이다. 아직 식사 때는 이르건만 맛있는 도토리묵과 파전에 동동주 한잔 걸치란다.
내려올 때 보자는 말에 쥐고 있던 식당명함을 한 장씩 쥐어주며 아쉬운 듯 돌아선다.
경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왠 초등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온다.
“얘 수학여행 왔니? 어디서 왔니?”
“진천특별시에서 수학여행 왔는데요!”
“진천특별시? 충북 진천 말이냐?”
“아니요. 진천특별시라니깐요!!!”
“아! 알았다. 그래 충북에 있는 진천 특별시 말이지?”
“예”
하! 고녀석 죽어도 진천특별시라고 그러네…..
와글와글, 시끌시끌 초등학생 수학여행 군단이 요란스럽다.
가냘픈 여선생이 애처로울 정도로 질서잡기가 힘들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누각으로 들어 섰지만 이곳이 얼마나 역사적 의미가 있어 어떻게 접해야
할지를 정작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로 공부도 할 겸 인터넷에서 팔만대장경을 검색한 결과 아래와 같은 답변이 나왔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목판에 새긴 이 팔만대장경은 수백 년 세월의 부침 속에서도 훼손이나 단 한장의
뒤틀림 없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장경판고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목판을 보존하고 있는 성지로 세계 문
화유산에 등재되었다.
8만 장이 넘는 그 많은 경판이 오자나 탈자 하나 없이 모두 고르고 정밀하다는 점에서 그 예술적 가치
는 물론, 현존하는 대장경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와 완벽한 내용은 단연코 세계 으뜸이 아닐 수 없다.
이 고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는 화엄종의 대찰로서 불보사찰의 통도사, 승보 사찰의 송
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찰인 법보사찰로 꼽힌다. 최초의 팔만대장경은 고려 현종 1011년에 새
겼으나 1232년 몽고침략 때 전부 소실되었으며, 현존하는 이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16년간 국력을 기울
여 나라의 안녕을 위해 1251년에 완성한 경판이다.
또한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고는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해인사의 현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보
고(寶庫)로 북쪽의 법보전, 남쪽의 수다라전, 그리고 이 두 건물을 잇는 작은 두 동의 건물을 합쳐 모두
네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장경을 보관하는 데에 필수조건인 습도와 통풍이 자연적으로 잘 조절되었
다는 점이다. 자동적으로 습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땅에 숯과 횟가루, 찰흙 등을 넣어 다졌는가 하면 판
전의 창문도 통풍이 잘 되도록 아주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 판본 보존 창고로는 매우 이상적인 건
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군!!!
해인사를 나서면 앞마당에 “세계문화유산지정”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나오는데 오래 전에 왔을 땐 보지
못한 것이었는데 언젠가 만들어 세웠나 보네..
산사 입구의 길을 넓히고 안내 입간판을 세우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사찰이나 지방재정에 도
움은 될지 모르나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부조화된 구조물을 보면 뭐랄까? 짜증이 난다고 하면 심할까?
사진 1) 합천 해인사 대웅전 처마끝으로 보이는 단풍이 아름답다.
사진 3) 해인사에 들러기 전 합천댐을 먼저 찾았다. 주변에는 단풍나무들이 많이 있어 11월 하순이면
풍광이 정말 좋을 것 같다. 같이 포즈를 취한 분은 일본인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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