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에서는
세가지 美黃이 있다.
노을
노을에 물든 달마산 암릉
노을빛에 더욱 찬란한 황금빛을 더하는 대웅전 부처
이 세가지를 "美黃"이라 한다.
이야기꾼이 지어낸 말이지만 멋있지 아니한가?
미황사는 볼 것이 많은 절이다.
자하루에서 올려다보는 대웅전과
병풍처럼 둘러쌓인 달마산의 암봉들.
응진당에서 내려다보는 미황의 전경과 남해바다.
올려보나 내려보나 감동이고 탄성이다.
곱게 늙은 절집을 지은 심인보는 이렇게 말한다.
"미황사 어때?"
"올려다 볼 것도 많고 내려다볼 것도 많은 절이야"
"무엇을 올려다 보고 무엇을 내려다 보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면 달마산이 들어오고, 바다를 내려다보면 노을이 눈부시지"
"그게 그렇게 아름다워?"
"그건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
미황사는 해남 땅끝마을
달마산 중턱에 있는 절이다.
달마산 산행을 위해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 지났지만
절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아쉬움이 남아 조용히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한다.
749년 (신라 경덕왕 8년)에 의조화상이 창건하였다 전한다.
1597년 (선조30년)정우재란으로 절이 소실되어
1598년 만선이 중건하였고
1660년 성간이 중창하였고
1754년 덕수가 다시 중창하였다 한다.
주차장에서 약간의 경사길을
100여 마터 걸어올라 오면 일주문을 만난다.
보통 절의 일주문 좌우로 담장이 없는 것이 보통인데
담장이 있다.
이는 분명 최근에 새로 만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재질과 색상을 보아도 그러하다.
蛇足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간다.
좌우의 푸른 숲으로 공기가 청정하다.
부처님 오신 날 준비도 한창이다.
근데 뭔가 없던 건물을 또 세우고 있다.
불사가 늘어 증축하는 것이야 절집 주인 맘대로지만
절이 절의 본 모습을 잃어가는 것은
돈으로 인위적인 것을 자꾸 만드는데 있다.
아마도 사천왕상을 모시는 천왕문을 신축하는 모양이다.
새로 짓고 있는 가칭 천왕문을 지나면
멀리 자하루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십수년 전 자하루도 없었다.
이 위치에서 올려다 보면 대웅보전이 보이고
뒤로는 달마산의 암릉이 보인다.
자하루로 올려다 보는 재미가 반감했다.
자하루로 인해 미황사와 달마산은
조금 답답해 졌다.
그저 많은 건물과 조경을 하면 좋아 보일지 몰라도
옛 선인들의 간결하고 절제된 건축미를
본 받을 필요가 있다.
부처님 오신 날 준비로
연등들이 화려한 빛깔로 내걸리고 있다.
자하루를 통과하면
대웅전이 나타날 것이다.
그전에 자하루 왼쪽 옆에 범종각이 있다.
범종각에는 목어와 법고도 함께 있기 마련인데
내가 마음이 급해 보지 못했다.
오른쪽으로 샘터가 있다.
지나는 이의 목을 축여준다.
대웅보전이다.
대웅전은 서남향으로 멀리 진도 앞바다가 보인다.
마침 4월16일 진도의 여객선 사고로
300명 이상의 학생과 국민이 잠들었다.
이들의 명복을 빈다.
마당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을 달 줄을 쳐놓았다.
멀리 대웅전 뒤로 달마산의 암릉들이 줄지어 있다.
미황사를 둘러보고 달마산에 오를 것이다.
대웅보전에 탱화가 없다
원래 없었던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리지 않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느 책에서 본 것인데
대웅전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이 그려져 있다.
아쉽게도 사전에 알지 못해 직접 보지는 못했다.
사진은 책에서 따 온 것이다.
황지우 시인은 "해인" 에서 미황사를 예찬한다.
내 고향 해남, 땅끝을 지명으로 부르게 만든 달마산,
음팍한 기슭에 미황사가 숨어 있는데
그 주춧돌에 거북이, 게가 돋을 새김으로 붙어 있다.
이 작은 것들이, 바다 우에 떠 있는 사원을
예까지 밀고 오다니......
미황사를 방문 하는 이여
반드시 거북과 게를 찾아 찬미하고 축복하자.....
대웅전 뒤로 펼쳐진 달마산의 모습은
이곳에 소가 드러누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만한 명당이 또 없으리라.
올려다 보고 내려다 봐도....
대웅전 앞의 수국
봄철 이맘때
어느 꽃보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꽃이다.
수국 앞에 선 여인의 마음도 누구보다
풍요하리라.
대웅전 우측 윗쪽에 위치한
응진전이다.
응진전은 부처님 제자 중 신통력이 뛰어난
16분의 아라한을 모신 곳이다.
"응진"은 산스크리트어 "아라한"의 한자이다.
참다운 존재의 실상을 깨닫고 해탈에 이른 이를 말한다.
응진전 뒷편의 달마산 산세가 웅장하다
들어오는 입구인 일주문 바로 앞에
위치한 달마상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을 전하고 이곳에서
늘 머물고 있다하여 이름을
달사산으로 지었다 한다.
절 구경이 끝나면 부도가 있는
부도전으로 가 보는 것도 의미있다.
이런 길을 따라 조금 만 올라가면 부도전이 나온다.
등반에 바빠 부도전까지 들러진 못했다.
심히 아쉬운 부분이다.
미황사 노을
그리고 노을이 드는 법당의 부처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미황사에서 길게 펼쳐지는 노을과 함께
하루밤을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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