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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카이의 여기저기 자잘한 여행기
명산 기행

보성 일림산 철쭉꽃 향기에 취하다

by bluesky0321 2012. 5. 14.

보성하면 녹차

녹차하면 보성이라 할 만큼

보성은 녹차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

산허리를 굽이 굽이 흐르듯 이어지는 보성의 녹차밭이

영화와 CF에서 자주 눈에 익은 영향이리라.

 

이런 보성에 일림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철쭉꽃 군락지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곳이라 한다.

지난 주 황매산에 들렀다 설익은 봉우리만 잠시 보고 온 탓이라

보성 일림산의 철쭉 향연에 기대가 한 껏 부풀었다.

 

일림산은 보성군과 장흥군의 경계에 있는 산인데 높이가 667.5m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보성 녹차밭과 함께 철쭉군락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지자체 할 것없이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보성군의 지역홍보를 위한 정성 또한 여간아니다.

등산 안내판 하나에도 큰 정성이 들어가 있다.

 

산행은 한치재라고 하는 곳에서 시작했다.

녹차밭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는 대한다원에서 조금 떨어진

297m 정도 되는 낮은 고개마루이다.

이곳에서 아미봉을 거쳐 보성강 발원지를 거쳐 일림산 정상에 머물다

골치재를 통과하여 용추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총 연장 9.3km이다.

 

이곳을 산행의 기점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아미봉까지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그다음 부턴 아미봉까지 펼쳐진 철쭉꽃들의 군무를 어느 위치보다 아름답게 조망하며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솔길같은 등산로를 따라 일림산을 향한다.

시작의 발걸음은 언제나 여유롭다.

 

이맘때의 산행은 녹음이 푸른 한 여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아직 초록으로 물들지 않은 새순이 연두빛으로

돋아나고 있다.

연두빛은 새로움의 상징이다.

 

한치재에서 오른 덕분에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도

고개를 돌리면 탁 트인 바다와 초록의 산하가 어우러진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정표의 시인성이 매우 좋다

전체 산행의 개념을 한 눈에 바로 알 수 있어 좋다.

 

아미봉으로 오르는 길에 약간의 경사도 있지만

왼편으로 보이는 바다풍경을 보면서 걷는 재미에 피로가 덜하다.

 

오를 수록 넓어지는 시야...

보성만인지?? 장흥만인지???

 

야생 둥굴레

집에서 둥굴레를 키워 본 덕분에 밖에서 만나면 더 반갑다.

 

저 멀리 산 능선에 붉은 기운이 감돈다.

이 고개 만 올라가면 뭔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먼저 오른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근데 길이 막힌다.

 

많지는 않지만 철쭉꽃의 군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좌우 도열한 군락지 사이를 헤집고 오르면

 

한치재에서 한 시간이나 올라왔을까?

626 고지까지 올라왔다.

 

드디어 펼쳐지기 시작한 철쭉 능선의 아름다움

시기도 적절하여 정상까지 철쭉꽃이 모두 만개했다.

정상까지 이어진 철쭉의 향연!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연두빛의 고운 새순과 상록수의 푸르름과

철쭉꽃의 분홍빛이 어우러져 어디에다 셔터를 눌러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이 꽃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길에

철쭉꽃을 먹어서 응급치료를 받은 등산객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무릇 모든 아름다움 속에는 왠지 모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법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일림산 정상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능선을 따라 꽃천지다.

 

 

 

정상을 800m 남겨 놓은 지점

이곳이 보성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이곳에서 생겨난 물이 아래 용추계곡으로 흘러 보성강을 따라

남해로 흐른다.

 

고지를 800m 남겨두고 바라 본  일림산 정상

 

정상 삼거리

정상까지는 20m 남았다.

 

정상으로 향할수록 숨이 넘어갈 듯한 철쭉의 향기는 진해진다.

 

산 전체가 불이 난듯 하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가 생각난다.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너도 물들고 나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결국 일림산은 온 산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정상이정표

한치재에서 4.9km를 올라왔다.

이제 골치재를 거쳐 용추폭포로 내려갈 차례 4.4km정도 남았다.

 

정상 이정표

사진 찍을 순서를 기다리느라 줄이 길어 아무데서나 한 컷!

(초상권 용서해 주세여)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의 모습 또한 감탄이 절로난다.

이 맛에 이 많은 사람들이 봄볕의 따가움을 마다않고

산으로 산으로 몰려오나 보다.

 

내려가는 길의 정상 삼거리

자세히 보면 2 라는 숫자가 있다.

올라올 때 만난 정상삼거리에는 1 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런 것도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내려 오면서 돌아보는 일림산 정상

 

넝쿨식물의 처음 보는 꽃

새롭게 만나는 것에 대한 호기심!

이런 호기심이 자꾸 사라진다.

 

산을 붉게 물들인 철쭉은 소나무 사이사이에서도

아름다움은 그대로 이다.

 

멀어진 일림산 정상

오르는 산길행, 내려가는 산행길 모두 꽃 속에서 행복한 하루다

 

골치재 사거리

이름이 왜 골치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옛날 어느 누가 이 재에서 골치 아픈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

 

산행길의 마지막 즈음~

포즈를 취한 다른 일행들의 표정들이 밝다.

 

이제 용추폭포로 향하는 길은 물소리와 함께하는

편백나무 숲길이다.

치톤피드라고 했던가 피톤치드라고 했던가

암튼 몸에 좋은 물질이 나와 산림욕에 효과가 있다는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오늘 산행이 마무리 된다.

 

 

용추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

조경 이정표다

일림산이란 글씨는 철쭉꽃으로 새겼는데 산 아래라 꽃은 벌써 지고 없다.

 

돌아오는 길에 대한다원 녹차밭에 잠시 들렀다.

들어가는 입구의 편백나무는 십 수년 만에  찾은 옛 모습 그대로다.

 

녹차의 새순을 채취하는시기

차 밭의 향기가 깊고 넓다.

 

일림산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